가재미의 나날들 / 강희안
잔잔한 수면이 두려워 무지락무지락 몸서리를 쳐야 활활 풀리는 너를 본다 거센 포말의 날벼락에 주위 사람들마저 말을 잃었다 옴쭉달싹 네가 날린 사시의 눈썹에 찔릴까 웅크린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가까울수록 더더욱 거세어지는 몸짓에 까무룩 흐려진 시야들, 그러다가는 흘끔 돌아나가 심해의 밑바닥에서 유유자적한다 날선 빛살에 파르락 몸을 떨다가도 저녁에 치를 한판 분탕질을 예비한다 바람의 뼈로 지은 물의 거푸집에 들고 싶었던 것이다 싸움의 전리품으로 챙긴 물방울들, 하얀 날숨을 뿜어 올린 뒤에야 심해의 바닥으로 까무룩 가라앉곤 했다 누구나 너의 서늘한 눈총에 당하기 전 수면으로 튀어 올랐다 심해의 바닥에서 누군가 모지락모지락 진저리를 쳐야 팔팔 깨어나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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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저 밑바닥에는 펄떡이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하곤 합니다. 모두가 숨기고 싶어하는 이 욕망은 그 자체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 깊은 곳에서 자리 잡고 있는 그것을 “가재미”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늘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사시”가 되어버린 가재미. 평소에는 “심해의 밑바닥”에 조용히 살고 있다가 “날선 빛살” 같은 자극에 “파르락” 몸을 떨며 “거센 포말”을 일으키곤 합니다. 삐뚤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때로 별것 아닌 것에 화르르 타올라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시인은 그 가재미가 “심해의 바닥에서” “진저리를 쳐야 팔팔 깨어나는 나를” 만나게 된다고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입니다. 죽은 자만이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존재란 욕망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