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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배영옥의 ‘만월’ 해설

  • 입력 2021.09.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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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 / 배영옥 
 

어머니는
먼 남쪽으로 밥 지으러 가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식은 아랫목은 다신 데워지지 않았다

식구들끼리 달라붙어
서로 몸 뒤채며
체온을 나눠 가지다가 문득,
달그락달그락 그릇 씻는 소리에
문 열고
마당 내다보니

차고 맑은 우물 속
어린 동생에게 밥 한술 떠먹이고 싶은
고봉밥그릇이 떠 있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어린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의집살이를 간 어머니는 추석이 되어도 돌아올 수가 없었나 봅니다. 어머니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차가운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시린 몸과 마음을 서로의 “체온”으로 녹였습니다. 어둠이 내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아이들은 어머니인가 싶어 “문을 열고” 마당을 내다보았습니다. 하늘에는 쟁반만큼 커다란 달이 떠있고, “차고 맑은 우물 속”에는 막내에게 “밥 한술 떠먹이고 싶은/ 고봉밥그릇이” 어머니대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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