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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이병일의 ‘가을비’ 해설

  • 입력 2021.09.2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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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 이병일
 

저 일몰 끝, 씻으면서 씻기는 것이 있다
쌍무지개 띄워 놓고
반지르르한데 까끌까끌한 몸을 가진 것이 있다면
하동 긴 골짜기
금모래 먹고 자란 재첩 채는 소리, 아닌가

손바닥을 개켜 문대니까 두껍고
손등으로 냅다 쓸어 문대니까 얇다

물큰 가을비 냄새, 와글와글하였다
북쪽 상류에 있는 아버지 무덤까지
잘도 가닿는다 그러나 안온하게
일렁이는 물비늘 미간에 잔뜩 붙여 놓은 어머니
오므라진 손으로 눈가를 닦고 저녁을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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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데 그만인 재첩은 섬진강, 그중에서도 하동에서 난 것을 최고로 쳐줍니다. 재첩은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손질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합니다. “일몰 끝,” 어머니는 고단했던 하루일과를 마치고, “하동 긴 골짜기/ 금모래 먹고 자란 재첩”을 씻습니다. “손바닥을 개켜 문대니까 두껍고/ 손등으로 냅다 쓸어 문대니까 얇”아서 애를 먹습니다. 재첩 손질하는 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비 오는 날 개구리들이 “와글와글” 울어대는 소리 같습니다. “북쪽 상류에 있는 아버지 무덤까지” 가닿을 것만 같습니다. 어머니는 재첩을 씻다말고 눈가를 닦으며 고개를 듭니다. 어느새 어둠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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