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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전영관의 ‘허밍’ 해설

  • 입력 2021.10.07 11:52
  • 댓글 0

허밍 / 전영관

 

풍경이 유리잔처럼 얇아서

시월은 쉽게 금이 간다

예민해져서 상심이 잦아진다

환절기의 그리움이란

시월에 장미를 보러가는 일

 

붉은 파도인 것 같아도

이파리를 손에 들고 보면 다른 것처럼

사랑은 보는 이에 따라 채도가 달라진다

 

함께 서있던 나무를 보는 감정은

음정이 조금 틀린 허밍 같은 것

곁이 빈 나무 사진을 보냈다

단풍잎은

연애를 시작하던 심장같이 붉고 뜨거운데

날카로운 외면의 끝에 찔리고도 말하지 않았다

 

잠은 죽음만큼 깊었는데 꿈도 짧아서

새벽은 미완성인 채로 시작된다

연락도 없이 연락할 것 같아

시월엔 주말 약속을 머뭇거리게 된다

 

갈꽃은 진 후의 여운이 길어서 아프고

저 붉음이 퇴색할 거라는 상심만 진해진다

오르내리는 일기에 병열(病熱)도 앓는다

 

단풍은 잘 팔리면서 저평가되는 연애시

흔적만 남고 통증 없는 무릎의 흉터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단풍은 장미처럼 붉고 아름답지만 장미와는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유월의 장미가 화려한 색으로 사람들을 열에 들뜨게 한다면, 단풍은 처연한 붉은 색으로 보는 이를 서글픈 감정에 빠져들게 합니다. “연애를 시작하던 심장같이 붉고 뜨거운단풍과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지려 하고 있는 시월……, 단풍잎의 뾰족한 끝에 사람들은 마음을 다치곤 합니다. “처럼 짧아서아쉬웠던 봄날처럼 저 붉음마저 곧 퇴색할것임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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