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김윤환의 ‘맨 끝에 도착한 발’ 해설

  • 입력 2021.10.13 16:25
  • 수정 2021.10.13 18:11
  • 댓글 0

맨 끝에 도착한 발 / 김윤환

꼭꼭 싸맨 발이 하루 종일 길을 헤매다 
어스름 달빛이 기울 무렵
텅 빈 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한낮에 만났던 얼굴은
봄꽃처럼 얇고 향기로웠지만
한 닢의 기억도 갖지 못한 
백지의 시간이었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꽃봉오리에 앉은 나비처럼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없는 가벼운 시간
저 아래 꼼지락거리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발들의 행렬을 본다

함께 오지 못한 발가락을 기다리다
제 발을 씻어 주지 못하는 날
상처를 닦던 피 묻은 손이 
제 발목을 닦아 주었다

돌고 돌아
발가락이 도착한 문은
생각이 처음 나섰던 문
심장이 처음 뛰었던 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여기 “하루 종일 길을 헤매다/ 어스름 달빛이 기울 무렵” 다시 “텅 빈 방 앞”에 선 이가 있습니다. 청춘은 다 가고 “한낮에 만났던 얼굴은/ 봄꽃처럼” “향기로웠지만” 이제는 기억도 희미합니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시간 앞에서 그는 “상처”투성이 발을 닦습니다.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처음” 출발했던 바로 그곳. 결국, 인생이란 원점에서 출발해서 원점으로 돌아오는 상처투성이 여정일 뿐인가 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