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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박해람의 ‘벚꽃 나무 주소’ 해설

  • 입력 2021.10.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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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나무 주소 / 박해람

 

벚꽃 나무의 고향은

저쪽 겨울이다

겉과 속의 모양이 서로 보이지 않는 것들

모두 두 개의 세상을 동시에 살고 있는 것들이다

봄에 휘날리는 저 벚꽃 눈발도

겨울 내내 얼려 두었던 벚꽃 나무의

수취불명의 주소들이다

겨울 동안 이승에서 조용히 눈감는 벚꽃 나무

모든 주소를 꽁꽁 닫아 두고

흰빛으로 쌓였던 그동안의 주소들을 지금

저렇게 찢어 날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죽은 이의 앞으로 도착한

여러 통의 우편물을 들고

내가 이 봄날에 남아 하는 일이란

그저 펄펄 날리는 환한 날들에 취해

떨어져 내리는 저 봄날의 차편을 놓치는 것이다

 

벚꽃 나무와 그 꽃이 다른 객지를 떠돌 듯

몸과 마음도 사실 그 주소가 다르다

그러나 가끔 이 존재도 없이 설레는 마음이

나를 잠깐 환하게 하는 때

벚꽃이 피는 이 주소는 지금 봄날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벚꽃 나무의 고향은/ 저쪽 겨울입니다. “겨울 내내저편 마음의 고향에 머무는 사이, “수취불명의우편물이 벚나무 앞에 쌓여갑니다. 마치 죽은 이의 앞으로 도착한/ 여러 통의 우편물처럼 말입니다. 시인은, 봄이 되자 다시 돌아온 나무가 그동안 쌓인 우편물을 찢어서 날리는 게 바로 벚꽃이라고 말합니다. 이 시는 상상력도 훌륭하지만, 몸이 있는 곳에 늘 마음이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통찰력도 훌륭합니다. “몸과 마음주소가 다르다 보니, 고향을 떠나도 마음은 늘 그곳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두 개의 세상을 동시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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