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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이수의 ‘늙은 개’ 해설

  • 입력 2021.11.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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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개 / 이수

 

북새바람이 동동 창문을 두드리는 겨울 아침

죽음의 발자국이 문 뒤에 도착한 것 같다

침침해지고 짓물러지는 노인의 눈자위

집 근처를 지나가는 인적의 소리에

귓불이 길게 담을 넘는다

쏟아지는 폭설 같은 통증에

굳어가는 뼈들이 안부를 묻듯 덜거덕거린다

늙은 개는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눈을 게슴츠레 뜨고 기억 뒤편을 뒤적인다.

여름날 공원에서 공놀이하던 사내의 뒷모습과

호수에 솟아오르던 물방울과

반짝이던 눈동자는 같은 색깔이었다

동면하는 짐승처럼 노인의 등은 말려 있다

늙은 개가 옆구리를 파고들면

서로에게로 냄새가 흘러 들어가고 있다

겨울 빛 꼬리만큼 목줄 짧아지면서

고목나무 아래로 그림자는 숨어든다

늙은 개가 마지막 문장을 혀로 쓰고 있는 듯

노인의 얼굴에 온기를 내뱉듯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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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북새바람이 동동 창문을 두드리는 겨울 아침”, “폭설 같은 통증이 노인을 덮칩니다. 그는 동면하는 짐승처럼등을 말고 구석에 누워있습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늙은 개가 옆구리를 파고듭니다. 서로의 온기에 기댄 채, “서로에게로” “흘러 들어가고있는 중입니다. 늙은 개는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공원에서 공놀이하던때를 떠올리다가, 고통으로 일그러진 노인의 얼굴을 다정하게 핥아줍니다. 늙은 개와 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노인, 그리고 겨울이라는 계절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이 쓸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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