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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박제영의 ‘안녕, 오타 벵가’ 해설

  • 입력 2021.12.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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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타 벵가 / 박제영

 

  1906년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 사장은 모처럼 붐비는 사람들로 희희낙락 콧노래를 불렀어. 특별히 거금을 들여 데려온 동물이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지.

  원숭이 우리 앞 팻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
  <나이 24세, 키 150cm, 몸무게 45kg, 인간과 매우 흡사함>

  난생 처음 본 동물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아이들은 이내 빵 부스러기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주며 좋아했어. 물론 몇몇 어른들은 기대했던 눈요깃거리에 못 미친다며 야유와 욕설을 내뱉기도 했지만 말이야.

  1904년 벨기에군이 콩고를 침략했을 때, 콩고 원주민의 시체가 산을 이루었을 때, 스물네 살의 피그미족 청년 오타 벵가도 비극을 피할 수는 없었어. 일가족이 학살당하는 생지옥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결국 붙잡혔고 노예상인에게 팔렸지. 이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만국박람회와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었다가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으로 팔려와 원숭이 우리에 전시된 것이었어.

  1910년 인권운동가들의 항의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1916년 벵가는 권총 자살로 서른네 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지.

  믿을 수 없다고? 거짓말 같다고?

  그렇다면 봐,
  저기 오타 벵가가 지나가잖아.
  오타 벵가가 웃고 있잖아.

  안녕, 오타 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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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의 기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행위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인간동물원입니다.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리던 열강들은 식민지 원주민들을 잡아다가 우리 속에 가둬두고 전시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실제로 20세기까지도 있었던 일입니다. 1906,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에는 오타 벵가라는 한 청년이 원숭이 우리에 갇혀있었습니다. 피그미족이었던 그는 진화가 덜 된 인간으로 소개되었고,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비인간적이라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풀려났지만 그는 서른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더 이상 인간을 동물원 우리에 가두는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연 오타 벵가가 사라졌을까요? 우리와 다르다고, 좀 부족하다고, 덜 가졌다고 누군가를 인간 이하로 대하는 일이 과연 없어졌을까요? 여전히 오타 벵가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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