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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윤희상의 ‘홍운탁월’ 해설

  • 입력 2021.12.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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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운탁월 / 윤희상

 

화가는 창으로 달빛이 스며들면서
벼루에 먹을 갈았다

틀림없이 달을 그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달을 그리지 않고 어둠을 그렸다
그러고서, 달을 그렸다고 한다

붓에 엷은 먹을 묻혀
달 주위를 약간 어둡게 그렸을 뿐이다
달은 달이 아닌 것으로 그려졌다
달에는 붓이 닿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그렇다

달은 누가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달이 그려진 그림의 어둠 사이를 헤집고 와서 저절로 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홍운탁월(烘雲託月)’은 동양화 기법 중 하나입니다. 수묵(水墨)으로 달을 그리려고 할 때, 달의 형태만 남겨둔 채 그 나머지 부분을 채색하는 방법입니다. 말하자면 그리지 않고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돋보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한다면,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어둠 사이를 헤집고 와서 저절로뜨는 달처럼 나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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