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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김추인의 ‘푸른 갈기의 말들을 위한 기도’ 해설

  • 입력 2021.12.3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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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갈기의 말들을 위한 기도 / 김추인
―호모 아르텍스(Homo artex)

 

 나의 말들은 어디쯤 달려오고 있을까

 뮤즈들은 협곡마다 숨어
 여린 화성음의 서정으로 노래하겠지만
 내 말들이 알아차리기나 할까

 까불까불 덤불 속에서 놀다 낯선 야생에 접질린 다리 끌며
 길 헤매지는 않을까
 칼리오페의 그림자 지나치진 않았을까

 이리 오래일 리 없는데 왜지? 왜지?
 몸 기울여 귀 나발통같이 열어도 뜬소문 같은 바람 소리만 와랑 와랑 내 귀에만 들릴 말발굽 소리 아직이다

 오라
 뮤즈의 음표들을 훔쳐 오라
 억년 바위 침묵을 엿보고
 빙원이 품은 바이칼 푸른 달빛에 영혼 씻어들고
 백설의 순결로 오라
 죽어서라도 오라

 내 기다림은
 신들의 언덕에 선 만년 바람의 성이다
 아이야 성문을 활짝 열거라 진부한 환대는 사양하리라
 신전에 내리는 어둑살 너머
 서풍이 말머리성운을 밀어올리고 있지 않느냐

 저 홀로 광년의 트랙을 돌아올 신신한 나의 말씀이여 시(詩)여 푸른 갈기털 휘날리며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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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호모 아르텍스란 예술 하는 인간 즉, 예술가를 말합니다. 피카소는 “예술가란 도처에서, 말하자면 하늘과 땅으로부터, 한 조각의 종이나 휙 지나가 버리는 어떤 형체 혹은 한 가닥의 거미줄로부터 오는 감각들을 모으는 채집통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협곡”이건, “덤불 속”이건, “바위”의 “침묵”에서건, “바이칼 푸른 달빛” 아래건, 그 어디에서건 뮤즈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마음의 “성문을 활짝” 열고, 세상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 깃든 뮤즈라고 할지라도 “환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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