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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한 노동자A씨, "상사들에 성추행 당했다"

  • 입력 2022.01.25 14:55
  • 수정 2022.01.2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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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출처=MBC

 

[내외일보] 이혜영 기자 = 직장 선배들의 지속적인 성추행 등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노동자 A씨의 유서가 3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유족 측이 뒤늦게 공개한 자료에는 A씨가 상사들에게 지속적으로 당했던 괴롭힘의 구체적 기록이 담겼다.
 
지난 24일 MBC ‘뉴스데스크’는 국내 중견 철강회사인 세아베스틸에 근무하던 36세 A씨의 죽음과 관련된 유서에 대해 보도했다.

A씨는 2018년 11월25일 전북 군산 금강 하구의 한 공터에서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을 나섰다가 연락이 끊긴 지 3일 만이었다. 2012년 4월 계약직으로 입사했던 A씨는 정규직이 된 이후 승진까지 앞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주검 옆에는 그의 마지막 순간을 촬영한 25분 분량의 영상과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서가 딤긴 휴대전화가 놓여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유족들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A씨는 선배 2명에게 성추행을 비롯한 괴롭힘을 당해왔다. 

특히 휴대전화에는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사진 또한 남아있었고, 2012년 6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제강팀 동료의 야유회 사진 등이 담겼다.

해당 사진에는 9명의 남성 중 2명만 옷을 입고 있었고, 나머지 남성들은 모두 발가벗은 채 손으로 가랑이만 가린 모습이었다. 

입사 두 달 된 막내 A씨는 다른 사원들 뒤에서 어깨를 웅크린 채 몸을 숨기고 있다.

A씨는 유서에서 해당 사진에 대해 “(회사 선배) 지모씨가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진”이라며 “회사 PC에 더 있을 테니 낱낱이 조사해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지 씨는 옷을 입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반장급으로 알려졌다.

입사 직후부터 B씨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한 A씨는 "입사한 달 B씨가 '문신이 있냐'고 물어봤다"며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찍히기 싫어서 얘기 못 했다. 한이 맺히고 가슴이 아프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A씨는 "2016년 12월 10일 16시30분쯤 한 복집에서 볼 뽀뽀, 17시40분쯤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라며 "그렇게 행동하는 게 너무 싫다"고 구체적인 성추행 기록도 남겼다.

뿐만아니라 지 씨는 A씨가 지난 2014년 뇌종양의 일종인 ‘청신경종양’을 앓고 있을 때도 괴롭힘을 이어나갔다.

유서에서 A씨는 “고함치듯 소리가 들려온다. 너 뇌종양이야?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왜 그렇게 여러 사람 있는 데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야만 하고, 위로는 못 할망정 상처를 주는지…”라고 적었다. 

지 씨 뿐만이 아닌 또 다른 남성 선배 조모씨 또한 A씨에 성추행과 괴롭힘을 일삼았다.

A씨는 조 씨에 대해 “왜 이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냐. 성기 좀 그만 만지고 머리 좀 때리지 말라”며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호소했다.

인사팀 송 모 차장에 대해서도 “절차대로 쓴 연차를 문제 삼았다. ‘귀는 잘 들리냐’고 확인하면서 귀에 체온계를 강제로 꽂았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해 1월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맞다고 인정, 유족은 이를 바탕으로 지 씨와 조 씨를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오래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처벌을 할 수 없다고 봤다. 결국 유족은 항고장을 제출하고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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