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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박성우의 ‘옛일’ 해설

  • 입력 2022.01.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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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일 / 박성우 

 

한때 나는, 내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버린 초가을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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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한때 별정우체국을 별이 정해준 우체국쯤으로 알고 지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빨간 우체통을 만나려면 아무리 못해도 한 시간은 걸어가야 하는 한라산 중산간 오지에서 어린 시절의 몇 년을 보냈습니다. 여름내 들꽃을 따서 책 사이에 끼워 말린 후, 풀로 잘 붙여서 편지를 쓰면, 별이 정해준 우체국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이 생겼습니다. 그 시절, 하얀 편지 봉투는 왜 그렇게 작게 느껴졌는지……. 편지 몇 장만 넣으면 불룩해지는 봉투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봉투에 다 담을 수 없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들이 주변에 넘쳐나던 그 시절……. 이 시를 읽으니 그때가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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