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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국민 품’으로 돌려진 ‘청와대’를 둘러보고

  • 입력 2022.05.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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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구중궁궐 청와대에 들어오면 왜 나가기를 싫어하는지 알겠습니다. ‘광화문 시대’ 운운하고도 번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나 역대 대통령이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을 하는지 이해가 갑니다. ‘숲속의 왕’이나 누릴 이 속에 살면서 ‘서민’과 ‘민생’은 그냥 구두선(실천 없는 헛된 말) 립서비스일 뿐입니다.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이 싫은 것도 개방이 안 된 원인 아닙니까? 이 많은 시설과 부지, 인력이 필요하다니 시대착오적입니다.”

청와대를 둘러보다 상춘재 앞 녹지원의 빼어난 반송을 보며 다른 탐방객과 이구동성으로 나눈 말이다. 밑바닥에서 몇 갈래로 나뉜 채, 허공에 치솟은 반송 가격을 필자는 ‘2억’ 정도로 평가했으나, 그 탐방객은 ‘20억’으로 평가한다. 소나무는 백목지장百木之長·만수지왕萬壽之王이란 말처럼 “나무 중의 으뜸이요, 최고 장수를 누리는 나무로 십장생 중 유일하게 포함된 나무”다. 그 중 녹지원 반송은 탁월하다. 왕이 앉는 어좌 뒤편 병풍에 그려진 ‘일월오봉도’ 소나무처럼 ‘항상 봄이 머무는 집’이란 상춘재 앞 녹지원에 홀로 서 있다.

필자 부부와 딸은 지난 12일, 청와대를 둘러봤다. 효도한다고 딸의 인터넷 관람 신청이 운 좋게 선정됐다. 10일 개방돼 신청자만 수백만 명이 밀렸는데 3일째이니 동메달은 딴 셈이다.

고교와 대학을 서울에서 다녔어도 동창들 대부분 못 가봤다. 일부 가본 사람도 청와대 본관 주변에 그쳐 북악산 등산로와 함께 전면 개방은 최초다. 대통령 별장인 청주 ‘청남대’나 거제 저도 ‘청해대’가 먼저 개방됐지만 ‘청와대’ 개방은 처음이다. 74년 만에 개방됐다지만 실제 고려시대 이궁離宮(왕의 나들이에 머무는 곳)에서 출발한 점을 감안하면 1천년 만에 개방됐다.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으로 활용됐다. 흥선대원군 시절인 고종 5년(1868), 경복궁이 중건되며, 문무가 융성되길 기원하며 경무대로 명명했다. 일제 총독관저가 들어섰고, 해방 후 미군정사령관이 머물렀다. 1948년 정부수립 후에는 경복궁 남쪽 조선총독부는 중앙청으로, 북쪽 총독관저는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됐다. 윤보선 대통령 시절, ‘푸른 기와집’이란 뜻의 청와대로 개명됐는데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방돼 아이러니다.

춘추관 앞 헬기장 수십여 개 텐트에는 국민들이 들어가 휴식을 취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음식을 들어 가히 ‘국민이 왕이자, 대통령인 시대’가 됐다. ‘청와대 국민품으로’ 홈피 ‘개방의 의미’를 클릭하자 “청와대가 온전히 국민의 공간이 됩니다.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을 비롯해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녹지원과 상춘재까지 모두 국민 품으로 돌아갑니다.(중략)”라는 윤 대통령 인사말이 나타난다. 훨씬 비좁은 ‘용산 집무실 시대’를 고수한 의도가 파악된다.

청와대에는 빼어난 각종 나무가 빼곡하다. 숲과 꽃, 새들이 지저귀는 ‘권력 심장부, 밀폐공간’이 국민에 안겨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부부를 지키기 위한 경계 지역 및 관련 시설도 상당하다. 북악산 일대까지 개방된 부지나 나무·건물 가격만 수조 원대로 추정된다. 청와대 역사성과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대접받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많을 가치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북악산까지 보는 데 두 시간은 촉박하니 관람인원과 관람시간을 늘리는 대책도 아쉽다. 특히 내년 5월부터는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장애인의날은 물론 소방대원이나 경찰의날·국군의날 등 각계각층 기념일에 청와대 전부를 이들이 온종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석가탄신일이나 성탄절 등 주요 종교기념일에도 신자들이 하루를 전용토록 해 대한민국 국민임에 자긍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청와대’를 국민의 품에 돌린 결단을 크게 환영한다. ‘개방의 의미’에 나오는 윤 대통령 인사말 말미에 “‘일 잘하는 정부’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겠습니다. 민생과 외교, 안보를 빈틈없이 챙기겠습니다.”는 말처럼 되기 바란다. 일을 잘하면 다소 과오가 있어도 평가받지만, 잘못하면 정권도 뺏길 뿐 아니라 혹평이 뒤따른다는 점은 역사 교훈이다. 부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 대한민국을 반석에 올려놓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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