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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손현숙의 ‘반음,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해설

  • 입력 2022.05.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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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음,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 손현숙

 

  능소화 꽃물이 하늘을 태우는 동안이었을 거다. 우레가 가는 길을 천둥이 따라가고, 머리 위로 뭉게구름 사소하게 다녀간 후, 꽃잠에서 꽃잠으로 날아가는 나비를 비스듬히 좇고 있었다. 반백년이 흐르고, 책장 한 장을 넘겼을 뿐인데, 낮별이 사닥다리를 타고 반짝거렸다. 아침이 한낮을 사시(斜視)처럼 데려왔다. 바람은 비에 젖어 무지개다리를 물에 묻었다. ()과 향()을 불러오는 중이라 했다. 물에 불은 꽃잎이 담장을 기어오른다. 고양이 비음으로 허공에 한 금 긋는다. 그림자를 등진 사내가 햇빛을 털면서왔다, 갔다. 그의 뒷덜미에서 목소리가 부풀었다. 졸음처럼, 남서쪽에서 잠비가 올라오는 중이라 했다. 오만 년 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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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샵과 플랫 사이 거기 어딘가에 반음이 존재합니다. 음과 음 사이 복잡하고 난해한 곳, 뭐라고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운 그곳에서 아름다움이 탄생합니다. 미도 아니고 파도 아닌 그 어디쯤에 천년을 날아와 꽃에서 꽃으로 옮겨 다니는 나비가 있는 걸까요? 완벽한 것들 사이에 끼인 불완전하지만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가 바로 반음의 세계입니다. 마치 시의 행간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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