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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건강한 녹색 숲을 가꾸자

  • 입력 2011.11.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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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년 공들여 키운 우리 숲은 이제 막 청년기를 맞이하고, 유래 없는 녹화 성공국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 척박했던 우리 산야는 아까시나무가 물러날 수 밖에 없는  비옥한 토지로 바뀌었다. 못 살던 시절 흙먼지 나는 비탈밭을 일구던 우리들 아버지가 굵어진 손마디와 펴기 힘든 허리로 자식에게 걸었던 희망처럼 아까시와 리기다는 푸른 숲에 대한 우리의 희망이었다.

어느 순간 우리를 둘러싸고 커가는 푸른빛이, 당연한 듯 자라는 이 행복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 졌는지 그 중심에서 40년을 함께했던 나 역시 숲이 저절로 생겨나 자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구어 키워놓은 숲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던 듯싶다.

1977년 육림의 날 제정 이후 금회 숲가꾸기 기간 까지 35년간 숲가꾸기 행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숲이란 이미 절대 필요조건이 아닌 선택가능 조건으로 바뀌었다. 울창한 숲이 나의 재산과 농토를 지켜주고 맑은 물과 산소를 만들어 우리의 기본적인 삶의 차원을 월등히 높였다는 것은 그 이하의 삶 속에서 살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안락한 녹색 울타리 안에서 회색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 갈라지고 부서지는 대지를 외면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외침과 신재생 에너지 개발·화석에너지 절약 운동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은 사상 최대의 수치를 기록했고 그 증가량은 중국과 미국, 인도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합보다 많은 양이다.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바다를 넘어 호수를 말리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 땅만 메마르던 시절엔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어서 쫓겨 간 수달과 쉬리, 산양을 불러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 곁에서 도망칠 곳이 없다. 물이 깊어야 다양한 물고기가 살듯 숲이 깊어야 그 속이 풍요로워 진다. 지난 날 만든 숲이 이제 초록빛이라면 깊고 짙은 녹색을 만들어야만 그 안에 담기는 것이 많아 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숲을 가꾸어야 한다. 촘촘한 뿌리와 잎으로 땅을 덮어놓은 정원 잔디처럼이 아니라, 성글어진 숲 안에 많은 공간을 가두어야 숲이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다. 큰 줄기와 가지는 기둥과 지붕이 되고 그 아래 더 작은 공간 속에 복잡하고 다양하게 엉킨 작은 나무가 숲의 채움을 완성시킨다. 마치 어설픈 너와지붕이 햇빛을 산란시키고 바람을 통하듯이 겹겹이 조화로운 숲은 우리에게 상쾌함을 줄 뿐 아니라 그 속에 더불어 같이 공존하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지금 우리 숲의 모습은 정원의 빼곡한 잔디처럼 이제 겨우 땅을 덮고 있는 것과 같다. 멀리 산이 푸르고 성공적인 녹화가 달성된듯 하여도 최소한 지금까지 세월만큼 더 가꾸어 주어야 비로소 숲다운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다. 돌탑의 기초가 완성되어도 그 위에 계획 없이 돌을 올린다면 그저 돌무더기로 남을 뿐이다. 큰 돌을 맞물리고 작은 돌을 사이에 메워 흔들리지 않고 묵직한 한 덩이가 되듯이 이제 우리가 다져놓은 기초 위에 숲을 질서있고 건강하게 쌓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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