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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의 분노, 다시는 없어야…

  • 입력 2011.11.2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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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논설위원 최 충 웅(경남대 석좌교수)

소설(小雪)이 오자 기온이 영하의 날씨로 뚝 떨어졌다. 기상청의 장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겨울은 유난히 혹독한 추위가 몰아칠 것이라고 한다. 유럽 발 경제위기에 물가고와 월동걱정으로 벌써 서민들의 몸과 마음은 오싹하니 움츠러든다. 기온이 떨어지면 난방용 전력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이번 겨울엔 대정전 사태는 없어야 할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지난 추석직후 9월15일 늦더위에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는 국민을 당혹스럽게 했다. 예고 없는 전국규모의 단전은 한전 창립50년 초유의 사태였다. 예고없는 정전으로 전국이 큰 혼란을 겪었다. 예비전력이 24만㎾까지 떨어져 전국에 전력 공급이 모두 끊어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급기야 대통령이 한전본사를 찾아가 공개석상에서 관계자 질타로 격노해 책상을 치며 자리를 떴다고 한다. 대통령은 지난 5월4일 저축은행사태 때도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크게 질타한 바 있다. 평소 대통령은 좀처럼 화를 내지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10년 넘게 가까이서 보좌해 온 측근조차 깜짝 놀랐다고 했다. 지난번 대정전 사태는 국가가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까지 갔기 때문이다.

전국의 발전소 가동과 전력 공급을 통제하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피크 전력 수요를 6400만㎾로 예측했지만, 실제론 6726만㎾까지 올라갔다. 지난번 사고는 비교적 단시간 정전이었음에도 심각한 피해가 여러 곳에서 발생했다. 은행 업무가 중단되고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으며 교통신호가 가동되지 않거나 일부 시민은 승강기에 갇히는 등 대혼란이 일어났다. 대정전으로 인한 블랙아웃 사태는 문명의 이기가 올스톱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수돗물과 가스공급 중단, 가로등 신호등이 꺼져 대중교통 마비, 은행업무와 휴대전화 불통, 응급환자 수술은 물론 인명피해 등 대재앙으로 이어지게 된다.

올겨울 역시 전력 공급에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 1월엔 전력예비율이 1% 밑으로 떨어져 또다시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던 강제 단전 사태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닌 만큼 앞으로 4~5년간은 계속 블랙아웃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광역 정전사고(블랙아웃)의 발생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적극적인 수요관리 정책추진 없이는 2015년까지 설비 예비율(전력 공급 능력 예비율)이 3.7~6.6%에 불과해 안정권인 15%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설비 예비율이란 발전소 전력 공급 능력 중 사용하고 남아 있는 전력 비율을 말한다. 정비 중인 발전기의 발전 용량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설비 예비율이 15~17%가 돼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다.

블랙아웃은 이미 상상 속의 위험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나 파라과이 같은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미국·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고이다. 특히 미국 뉴욕은 1965년, 1967년 블랙아웃으로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2003년 8월14일 블랙아웃 발생으로 상점이 약탈당했고, 재산피해만 1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대도시가 밀집된 지역인 데다 피해지역의 인구도 우리와 비슷해 우리에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전기 난방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맹추위가 몰아닥치면 지금까지 안이한 수요관리 대책은 효력을 잃게 된다.

국가 위기관리가 전력뿐만 아니라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 9월14일에는 항공교통센터 서버가 57분간 비정상적으로 가동되어 인천·김포·제주공항의 항공기들이 정상적인 운행을 못한 사고가 있었다. 그야말로 초대형 항공사고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가 하면 농협 대단위 전산망이 해킹 공격을 받아 마비되고,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개인의 정보가 무차별 유출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또한 공군 최고위 요직 인사였든 이가 군사기밀들을 빼나가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의 도발이 있을때마다 방공포와 미사일 탐지레이더 등에서 고장난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자연재해, 대형재난, 정보통신·항공·교통 같은 기반시설의 안전과 식품·전염병·구제역 등 민생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는 수많은 위험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엄동설한에 앞서 정부는 전력을 비롯해서 각 분야 국가위기 요소들을 철저히 예방해 대통령이 또다시 분노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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