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내외일보

<칼럼>국민 신뢰로 먹고 사는 사람들

  • 입력 2011.11.30 13:26
  • 댓글 0

객원논설위원 이상용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일하기 어려운 직업들이 있다. 공직자 혹은 공인이 그들이다. 공직자는 국가의 녹을 받는 공무원이고 공인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사회통념상 공적인 직업으로 인정되는 사람들이다. 이를 테면 언론인, 교수, 인기연예인, 스타급 스포츠선수 등이다.

공직자 중에서도 신뢰가 그 직업의 존재 이유와 직접적으로 연상되는 직업이 있다. 청와대와 판검사들이다. 청와대에 근무하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국민들은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댄다. 청와대 공무원은 아무리 말단직이라도 잘못을 범하면 즉시 인사조치를 당한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권위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판검사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믿는 만큼 높은 도덕윤리의 기대치를 갖고 있다. 판검사 중에서도 ‘판결’이라는 최종 법적 행위를 하는 판사들에 대해서는 높은 신뢰가 요구된다.

최근 모 판사가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만한 언사를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좀 지난 얘기지만 일부 기자들이 개인 블로그에 취재 뒷얘기와 함께 개인 의견을 썼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다. 그 뒤로 기자들은 블로그 쓰기를 포기하거나 블로그 글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공개적인 기사 수준에 준하는 표현을 쓴다.

이번 판사의 경우에도 페이스북에 썼다가 말썽이 일어난 점에서 기자들의 블로그 사건과 유사하다. 페이스북은 개인적 공간의 성격이 강한데 그렇다고 해도 공직자가 그런 표현을 썼다면 누군가가 그것을 보고 얘기를 전하고 어떤 경로든 ‘판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라고 하면서 말의 권위가 생겨서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게 된다. 이것은 직업 효과 때문이다. 기자들의 개인 블로그도 ‘기자가 취재 뒷얘기에서 정말은 이렇다는 거야’라는 식으로 인터넷에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것도 ‘기자’라는 직업 효과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올린 판사는 개인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블로그 사건의 기자들도 블로그에 사적인 감정과 의견을 가벼운 마음으로 올렸다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맹비난을 받고 당황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판사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갖는 직업이 얼마나 공적인 기대를 받고 있는가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검찰은 요즘 보기에도 딱할 지경이다. 노무현 사람들이 작정을 하고 검찰의 위상을 재조정하려는 것 같다. 문제는 그게 먹히는 듯 보인다는 데 있다. 검찰은 이런 사태에 대해 억울한 심정을 갖고 있고 대다수의 검사들은 주어진 일에 충실하게 일하는 줄 잘 알고 있다.

‘외부적 정체성(external identity)’이란 말이 있다. 한 기업이나 하나의 브랜드, 혹은 상품이 시장에서 평가 받고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이미지화되는 모습이다. 검찰에 대한 이 ‘외부적 정체성’은 검찰에 대한 신뢰 기대치와 크고 작은 불미한 사건들, 국민 개개인의 직간접 경험들이 오랫동안 축적되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이 외부적 정체성에 중대한 손상을 입은 상태인 것이다. 여기에 대한 치유에 획기적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작고 세세한 부분부터 신뢰를 얻는 경험들을 국민들에게 제공해주는 수 밖에 없다.

사회 통념상 공인으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직업이 언론인과 교수가 아닌가 한다. 필자도 언론인의 한 사람이지만 언론인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정말 공인 자격이 있는가 하고 자문해보곤 부끄러워진다. 교수라고 다 공인인가 라는 데는 조금 의문이 들지만 안철수씨와 같이 유명 인사는 물어볼 것도 없이 공인이다. 교수직을 갖고 특정 정치세력에 노골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면 본인이야 큰 이득을 얻을지 모르지만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감에 상처를 주는 건 사실이다. 

공직자와 공인의 신뢰 위기는 사회의 위기로 전이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언론인들이 공직자와 공인들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데 너무 앞장서고 정치의 대결 국면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작금의 언론 비판 기능은 국민이 보기에 정도의 도를 넘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