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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윤은효 기자

[독자기고] 35년 공직을 마치며 고향에 대한 나의 단상

  • 입력 2022.09.05 19:16
  • 수정 2022.09.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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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고향이 있기 마련이다. 

태어나 자라고 유년 시절을 보내며 꿈을 키운 곳, 마음속 깊이 자리하며 뿌리 깊은 나무처럼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곳, 고향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곳이다.

슬픈 때나 기쁠 때도, 있는 그대로 다 포용해줄 수 있는 곳, 고향은 그렇다. 

그래서 모두들 고향을 그리워하고 ‘수구초심’처럼 나이가 들면 어머님 품속처럼 아늑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한다. 

부쩍 고향생각이 잦은 지금 나의 얘기와 고향 함양에 대한 생각을 몇 자 적어 본다.

나는 지난 8월 4일자로 공직은 하늘이 주는 자리라 여기고 평생을 몸담은 35년간의 공직생활을 거제시 부시장을 마지막 보임으로 마무리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 했던가? 뒤돌아보니 1987년 거제군(현 거제시)에서 면서기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의령군 부군수, 경남도 도시교통국장, 다시 처음 공직의 출발지 거제시 부시장에 부임하여 공직자의 소임을 다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35년의 공직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1987년 풋풋했던 젊은 시절 청춘의 꿈을 안고 거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거제에서 16년여를 근무하던 지난 2003년 6월,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건설을 겨기로 경남도청으로 전입을 한 후에 경상남도 도로관리사업소 안전과장, 보수과장, 진해시(현 창원시) 건설과장, 도시과장, 경남도 안전정책과장, 도시계획과장 등을 거쳐 의령군 부군수, 경남도 도시교통국장, 거제시 부시장을 역임했다. 

공직에서 물러나 지난날들을 회상해 보니 나의 젊은 날의 열정과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한다.

그동안 공직생활을 하며 기억에 남는 일들 가운데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 건설 민간투자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 시공한 침매터널 팀장으로 설계기준, 단계별 기본 및 실시설계 승인 업무를 담당했던 일이 토목공학을 공부한 기술인으로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기억된다.

특히 공직생활에 있어 경상남도 도시교통국장으로서의 재임기간도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도내 18개 시•군 도시계획업무, 주택건축업무, 도로교통업무 등을 총괄조정 지원하고, 경남도 주요 현안사업의 정부예산안 반영을 위한 중앙부처 방문, 도시주택교통분야 도정 4개년계획 전문가 컨설팅 등 동료직원들과 함께 동분서주하며 보냈던 꿈같은 시간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또한 도시재생사업 등 각종 정부 공모사업 확정과 현안사업의 국비확보라는 알찬 열매를 맺고, 더 큰 경남’을 위해 도민과 함께하는 스마트도시 구현, 도민 모두가 행복한 주거환경 구축, 아름답고 안전한 건축 환경조성,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교통 환경조성, 동남권 신공항 추진 및 철도망 구축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그동안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소회를 잠시 밝히자면 주어진 모든 일에 진솔한 자세로 임한다는 생각으로 도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속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의 결속을 위해 선배는 후배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야 하고, 후배는 선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공직생활을 해왔다.

아직 1년 남짓의 공로연수 기간이 있어 공직생활의 온전한 마감은 아니지만 공로연수기간동안 공직생활의 긴 여정을 정리하며 인생의 2막을 설계해 볼 생각이다. 

내 인생 2막의 계획에는 그동안 공직생활을 통해 얻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고향 함양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며 미력하나마 쏟아볼 계획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마음 속 깊이 고향에 대한 생각과 그리움을 늘 가지고 있다. 추석이나 설 연휴가 되면 전국적으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것만 봐도 사람들이 얼마나 고향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지를 알 수가 있다. 

왜 우리는 고향을 그리워할까? 고향은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이고 위안을 주는 곳이다. 험한 세상에서 살다가 지치고 힘들면 늘 고향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이다.

함양군 휴천면 목현리에서 1963년 태어나 타지에서 공직생활을 했던 나는 물론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음은 한 번도 내 고향 함양을 떠나 본적이 없다. 이순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이에 이르고 보니 고향생각이 더 간절하다.

내 고향 함양은 ‘산자수려’하고 언제나 인심 좋은 선비의 고장이다. 아름다운 옛 추억을 간직한 고향은 언제나 우리에게 아늑함과 미소를 준다. 

어느 수필가가 “과거는 언제나 행복이요, 고향은 어디나 낙원”이라고 했던가. 고향을 생각하면 친구들과의 옛 추억이 그립고, 함께 했던 추억의 공간들이 또 그립다. 함양이 그 옛날처럼 다시 시끌벅적하고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고향 생각에 대한 깊이만큼이나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르다.

(사진=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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