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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
  • 기자명 박창석 기자

<기자수첩> '내 인생을 만나는 마라톤'

  • 입력 2015.03.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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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해 본다. 잘 알다시피 마라톤은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지는 매우 힘든 운동이다. 마라톤 뛰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비장하다. 이를 악물고 얼굴 잔뜩 찌푸린 체 달린다.
 
4월 5일 열리는 우리 합천의 벚꽃마라톤대회에 참가 신청을 해야겠다. 수 천 명의 사람이 어떤 심리상태로 뛰는지 직접 체험도 해보고 싶다.
 
작년에는 5km 코스를 완주했다. 평소 틈틈이 조깅도 했지만 내 나이를 생각해서 5km를 뛰어 보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결승점에 왔다. 나는 오랜만에 나를 만났다. ‘그래도 아직 죽지 않았군, 나 살아있군, 너 참 애썼다, 끝까지 쫓아와 주었어.’
 
세상이 나를 배신하고 진가를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살맛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누구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몸이 쓰러질 지경이지만 마음은 뿌듯하고 살맛이 난다고 말한다. 성취를 통해 자기를 인정하게 됐기 때문이다. 독백이란 정신훈련 법이 있다. 포기하고 싶을 때 “그동안 넌 잘 해왔지 않느냐, 이번에도 할 수 있어.”라고 혼잣말로 반복하는 것이다.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중년 남자들도 마라톤을 뛰 면서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다른 사람은 나를 몰라도 나만큼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독특하고 유일한 나의 실존을 확인하면서 자존을 지킨다.
 
마라톤은 심리적인 고민과 갈들을 해소해주는 운동이라고도 생각된다. 장시간 유산소운동을 하면서 우울감이 줄어들고 기분이 좋아진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거나 지레 걱정을 하는 습관도 개선된다. 자꾸 고민거리가 떠오르면 지금이라도 밖으로 나가서 뛰어보자. 그러면 사고의 집착이 분산돼 흩어진다. 특히 내면의 갈등이 잘 해소된다.
 
오래 달리다 보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돼 무릎이나 발이 아파도 고통을 덜 느끼고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도 생긴다. 올 한해를 마라톤에 비유하면서 활기찬 신년을 시작해 볼까 생각한다. 순한 양의 해, 순조롭게 지나서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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