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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사상최대 풍년, 호남들녘!

  • 입력 2015.09.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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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곡창인 호남평야 들녘이 노란빛으로 물들어간다. 벌써 사상최대 풍년을 일궜다는 기쁨과 우려가 교차한다. 벼농사 뿐 아니다. 오곡백과가 대풍년이다.

호남평야는 정읍에서 익산까지 남북 80~90km. 동서는 50km에 달해 전북 중서부 대부분이다. 무주·진안·장수군과 임실·남원·순창군 등 동부산간을 제외하고 전주·익산·군산·정읍·김제 등 5개 시와 완주·고창·부안 등 3개 군이 포함된다. 호남평야가 하도 넓다 보니 흔히 동진강 유역을 김제평야, 만경강 유역을 만경평야라 하며 둘을 합해 금만평야로 세밀히 나눠부른다. 부안만 해도 정해평야. 삼간평야. 계화평야가 있다.

태풍만 비껴가면 사상최대 풍년이다. 평년보다 12% 안팎 생산이 늘어 대풍을 일궜다던 지난해보다 더 풍년이라니 크게 반갑다.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풍년은 들고 봐야 한다. 지난해 추수철에는 농협창고나 미곡처리장마다 물벼수매로 장사진을 이뤘는데 올해는 더 심할 것 같다.

가뭄 속에 일군 대풍이라 농민들의 땀방울이 더 많은 알곡으로 바꾸어지길 고대한다. 용담댐. 섬진댐. 대아댐 등 도내 주요 댐과 저수지 저수율이 30%대로 떨어질 만큼 바닥을 드러냈다. 예년의 절반도 안 된다. 올해 강수량도 6백mm 안팎으로 평년 1천mm보다 훨씬 적다. 옛날 같으면 대흉년일텐데 수리시설이 완비된 탓에 대풍년이어 반갑기 그지없다.

모내기나 추수철이면 어김없이 국민학교 6학년 때던 1968년이 생각난다. 6.25 직후 베이비 붐 세대로 동네마다 아이들이 우글거렸다. 지금은 47여 세대 90명이 전체 주민인데 당시 부안 고향마을은 1백 세대에 6백명이 넘는 큰 마을이었다. 천주교회와 감리교회도 각각 있었다.

산업화가 되기 전이니 논밭에 매달려 사는 거다. 겨울들판은 이듬해 농사를 짓기 위해 잡아둔 물이 얼었다. 썰매를 타고 아침부터 끝없는 들판을 정신없이 내달리면 점심이요, 저녁이던 시절이다. 야산이나 공터는 자치기, 말뚝박기, 연날리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패치기, 딱지놀이, 대나무 물총놀이 등을 하며 해 지는 줄 몰랐다. TV나 컴퓨터도 없었지만 훨씬 행복했다. 지금은 아이들도 놀이도 사라졌다.

1967~68년 가뭄은 특히 유명했다. 2년 연속 가뭄으로 강수량은 평년 25% 안팎에 불과했다. 6월말이 돼도 모내기를 못한 논들이 지천이었다. “며칠만 비가 안 내리면 올 농사는 죽을 쑤게 생겼다”는 어른들의 한숨소리가 반백년이 다 된 지금도 생생하다.

중학시험이 목전인데 모내기 일손돕기에 동원됐다. 아이들 허리춤만한 막대기 끝을 뾰쪽하게 깎아 물기가 없는 논에 모를 심을 구멍을 내면 어른들이 모를 심는 게 아니라 구멍에 모를 밀어 넣고 흙을 다진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곧 말라 죽을 텐데도 혹시 비가 올지 몰라서다.

추수가 끝난 들녘 이삭줍기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몇 시간 들판을 돌아다니면 한 되 분량 줍기는 손쉬웠다.

그간 세상은 천지개벽 된 듯 달라졌다. 올해는 사과 배 포도 복숭아 감귤은 물론 배추 무 고추 고구마 등 밭작물도 대풍이다. 얼마 있으면 추석 한가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러나 한 쪽에서는 풍년 속에 울상이다. 소비위축에다 바나나, 키위, 망고 등 외국산 대체과일이 물밀 듯 들어오는데다 밀가루 등 대체식품,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육류소비로 농산물 가격이 형편없다. 경매가가 사과 특품 10kg이 2만5천원을 밑돌거나 포도 5kg이 단돈 만원에 불과하니 풍년 속에 흉년이다. 담배 두 갑 사고 나면 끝난다.

국가경제도 커질 만큼 커졌으니 과일과 채소 등도 특정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일정 부분 보전해 주는 대책은 불가능할까 생각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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