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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트남의 연날리기

  • 입력 2012.03.0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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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이상용

근 10년만에 베트남 호치민을 찾았다. 몰라보게 달라진 도시의 풍경에 놀랐다. 10년전엔 자전거들이 주류를 이뤘는데 지금은 자전거는 거의 보이지 않고 오토바이 물결이 거리에 넘쳐났다. 오토바이들과 그 사이를 달리는 승용차들이 서로 경쟁하듯 곡예운전을 하고 있었다. 차선은 거의 무시됐고 중앙선 침범은 예사인 것 같았다. 현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더디지만 조금씩 바뀌고는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중앙선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친 곳들도 보였다.

서울과 싱가폴, 홍콩을 능가하는 럭셔리 백화점들이 시내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재래시장들도 말끔히 리뉴얼돼 있었다. 이제 막 경제발전의 활기가 오랫동안 경직됐던 공산주의 체제에 스며들고 사람들도 그 열매의 일부를 향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외국인 대상의 날치기들이 많은 것 같다. 
‘사이공타임즈’에 때마침 베트남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고 난 뒤에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어떤 개선이 필요한가에 대한 세미나가 소개돼 있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상 관 주도의 베트남 경제 체제를 탈피하고 투명한 법 집행을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민간 기업들은 상당히 발전되고 있음에 비해 정부의 변화가 느리고 과거의 타성에 젖어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관 주도’라는 말은 쓰기는 쉽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한국경제가 일정한 수준의 도약을 이룬 데는 ‘관 주도’ 경제체제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리고 지금도 정부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 경제발전에 따라 그 성격과 내용과 추진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막연히 관 주도는 무조건 나쁜 것이고 민간 주도는 항상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 경제는 아직 공기업들이 경제의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정부 중심 구조이다. 베트남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공기업의 민영화가 강력하게 추진돼야 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경제가 발전되려면 독과점된 부의 원천을 민간에게 개방하고 분산시켜야 한다. 그리고 민간의 창의성과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비효율적인 관행을 제거하는 데 정부가 혁명을 한다는 각오로 적극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베트남 경제가 초기의 좋은 성과에서 그 다음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민간의 경제활동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경제도 전반적으로 보면 여전히 관 주도 경향이 강한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자기 주도의 결정권을 갖고 사업을 계획하고 투자하는 형국이다. 한국의 관 주도 경향은 중소기업 육성에 있어서 지나치게 후견인적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따라서 한국의 관 주도 경제는 국가 경제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데 역점을 두고 민간의 창의성과 열정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 돼야 하는 점이 과제다. MB 정부가 상당히 열심히 뛰었음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경제의 발전 단계에 걸맞는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요일에 메콩강 관광을 마치고 오후에 호치민시 경계에 진입하자, 연변에 많은 어린이와 가족들이 나와 연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함께 즐겁게 연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도 옛날에 많이 연날리기를 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베트남 가족들의 건강한 놀이 풍경은 입시 공부에 쫓기고 틈나는 시간에 게임에 몰입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베트남의 현재 모습을 보면서 경제성장과 소비문화, 놀이문화 등이 건강하고 조화롭게 발전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았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베트남보다 좀더 앞섰다고 자만하기 전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도 많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 호치민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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