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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삼례와 약촌오거리, 검찰·경찰의 사과!

  • 입력 2016.11.2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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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3개월만이다.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투옥됐던 최모씨가 검찰과 경찰 공식사과를 받았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24일, “검찰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무죄선고와 관련, 재심 전후의 증거관계 및 수사상황을 고려해 상고上告치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기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은 피고인과 가족, 진범 논란을 지켜봐야 했던 피해자 유족에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토로했다. 검찰 상고포기로 최씨 무죄가 확정됐다. 광주고법은 지난 17일 이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최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날 진범으로 지목됐던 김모(38)씨가 경기도 용인에서 살인혐의로 검거돼 구속됐다.


경찰청도 24일, 사과문을 내고 “완주 ‘삼례 나라수퍼’ 강도치사 사건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판단을 존중한다.”며 “당시 수사과정에서 적법절차와 인권 중심 수사원칙을 준수치 못한 부분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재심청구인과 가족, 사건 피해 유가족 등에 상처를 준 것에 반성하고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완주 ‘삼례 나라수퍼’ 강도치사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 전혀 다른 살인사건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투옥됐으며 진범이 다른 사람으로 밝혀진 것이다.


‘완주 삼례’와 ‘익산 약촌오거리’는 10여 km 떨어졌다. ‘삼례參禮‘는 전라도 관찰사로 풍수 대가였던 이서구(1754~1825)가 “훗날 많은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며 세 번의 예를 갖춘 데서 지명이 유래했다. 호남대로 국도1호가 지나는 등 과거 넓은 평야와 만경강 바닷길로 물산이 풍부했다. 일제 쌀 수탈 양곡창고가 삼례문화예술촌으로 변했으며, 동학교주 최제우의 원통한 죽음을 풀어달라는 교조신원운동인 ’삼례집회‘가 1892년 일어난 유서 깊은 지역이다. 또한 일본군 경복궁 무력점령과 청일전쟁으로 전봉준의 동학농민군 2차 기병 집결지다. ‘동학농민혁명삼례봉기역사광장’이 조성됐고, 대부분 순박한 주민들로 구성됐다.


‘약촌藥村오거리‘는 1911년 이리(익산도심)까지 호남선 개통 전인 조선시대 야산의 밭에서 약초 재배농가가 많은 데서 지명이 유래했다. 70년대 도시화로 구도심과 신도심 경계다.

‘삼례 나라슈터 살인사건’은 1999년 2월,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강도 3명이 주인 유모 할머니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했다. 당시 경찰은 최모(19)·임모(20)·강모(19)씨 등을 '삼례3인조' 범인으로 지목했고, 각각 3~6년 형을 받고 만기 출소했다. 재판과정에서 '부산 3인조'가 검거됐으나 무혐의 처분됐다. 최 씨 등은 폭행 등으로 거짓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전주지법도 '삼례3인조'에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 3인조’ 중 한 명이 유가족에 사과까지 해 진범이 바뀌었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 받지 않았다. (무려 17년 세월이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도 비슷하다. 2000년 8월, 새벽 2시께 최모(16)씨가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택시기사 유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10년간 투옥됐다.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신고가 군산경찰서에 접수됐고, 경찰은 진범 김씨에 자백을 받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무혐의 처분됐다. 최씨도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씨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진범혐의를 받던 김씨가 용인에서 검거·구속됐다. 재심과정에서 당시 수사 경찰관이 자살까지 했다. (무려 16년여 세월이다.)


전혀 다른 살인사건에 4명의 억울한 젊은이가 범인으로 몰려 장기 투옥되고 진범이 뒤바뀐 것이다. 무리한 강압수사 주장도 공통점이다. 뒤늦게 재심에서 무죄로 판명되고 검찰과 경찰도 공식사과 했지만 이들의 16~17년 세월과 인생은 무엇으로 보상되지 않는다. 특히 삼례와 약촌오거리라는 순박한 지역이미지가 오랫동안 실추됐다. “열 범인을 놓쳐도 한 사람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경찰과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은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 21세기 인권존중의 검찰과 경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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