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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달라진 대선풍속도, 재미있는 신조어!

  • 입력 2017.04.22 12:34
  • 수정 2017.04.2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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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보급 반백년이다. ‘한강백사장’이나 ‘장충단공원’에 수십·백만 인파가 몰려 포효하듯 사자후를 토해 청중의 열광적 지지를 이끌었던 대선유세도 사라졌다. 토론회가 대세로 구호나 슬로건, 연설내용과 대선 신조어도 엄청 달라졌다.
가장 유명한 대선구호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다. 1956년 3대 대선에 출마한 민주당 신익희 대통령 후보와 장면 부통령 후보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며 민심에 파고들었다. 자유당도 “갈아봤자 별 수 없다!”와 "갈아봤자 더 못산다."로 맞섰다. (자유당) 이승만도, (무소속) 조봉암도 찍지 말고, 신익희·장면을 찍자는 “이리조리 가지 말고 신장로(신작로)로 가자!”는 구호도 그 때 나왔다.
광장유세는 ‘해공 신익희와 후광 김대중’이 유명하다. 해공 ‘한강백사장’ 유세는 서거 이틀 전인 1956년 5월 3일로 30만 명이 몰렸다. 누가 세보지 않았으니 주최 측은 숫자를 부풀리고, 반대 측은 줄이기에 바빴다. 야당후보 유세에 “옳소!”라고 큰 소리를 치면 군중 속의 ‘사복(?)‘들이 큰 소리로 제지하던 시절이다.
TV도 없고 라디오도 많지 않으니 후보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도 없고, 유권자는 선거정보가 부족했다. 해공은 유세 직후, 이리(익산) 유세일정인 5일에 맞춰 4일 밤, 호남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해공은 이리역 북쪽 익산 함열 부근에서 5일 새벽, 뇌일혈로 서거했다. 이리역 광장 군중들은 때마침 내리는 가랑비에 통곡했다. 졸지에 ‘비 나리는 호남선’이 대히트곡에 올랐으나 해공 추모곡이란 소문으로 금지곡에 올랐고 작곡·작사자나 가수가 경찰조사를 받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1971년, 4·27 선거직전, 박정희와 맞섰던 김대중의 4월 18일 ‘장충단공원’ 유세는 ‘1백만 인파’가 몰렸다며 해공 한강인파에 비교됐다. 여기에서 김대중 후보는 “이번에 정권교체를 못하면 박정희씨의 영구집권 총통시대가 온다.”고 예언했다.
이제 TV와 컴퓨터 보급에 이어 휴대폰 등으로 정치패널 정치분석과 시사토론을 맘껏 접할 수 있어 민초들의 식견이나 안목이 정치패널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 유력정당과 후보 등이 연일 재미있는 신조어를 쏟아낸다. 홍준표 후보 막말과 처신은 국민을 분노케 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다. 홍 후보는 “성완종 1억 원 수수문제로 내가 유죄되면 노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좌파 셋, 우파후보 하나 남았는데 선거에 못 이기면 우리는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대선후보 ‘자살’ 언급은 이번 뿐 아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해공과 맞붙었던 3대 대선 직전, 56년 3월 자유당 후보 지명대회에서 ‘불출마’ 제스처를 취하자 관변단체 ‘출마촉구’ 궐기가 이어졌다. 우마차 8백대를 이끌고 경무대 시위까지 벌여 우마牛馬 분뇨로 악취가 진동하자 “이승만 출마는 ‘우의마의민의牛意馬意民意’다.”는 풍자용어가 탄생했다. 민의조작이 지나쳐 소와 말까지 동원했다는 비아냥이다. 이 때 이승만은 “국민이 강청하면 불출마를 재 고려 할 것”을 시사하며 “그들이 자살을 원한다면 자살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선거에 떨어지면 전국 곳곳 강에 빠져 죽겠다던 무수한 정치인 중 실제 강에 빠져 죽은 유력정치인은 전혀 없다.
이번 대선도 신조어가 넘쳐난다. ‘어대문’은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달레반‘은 ’moon(달)‘과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탈레반‘을 조합한 신조어로 더민주 경선과정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문 후보 지지자의 ’문자폭탄’ 사건 등에 대한 반대 측 신조어다.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는 ‘홍찍문‘,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된다.“는 ’안찍박‘에, ”홍준표 찍으면 자유대한민국 지켜진다”는 ’홍찍자‘와 “문재인 찍으면 김정은이 먼저 웃을 것”이라는 ‘문찍김’ 등 무수하다.
대선후보와 정당들이 쏟아내는 막말과 신조어가 탄핵과 촛불정국으로 위축된 민심을 웃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좀 더 수준 높은 정책과 발언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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