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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밤 / 신용목

  • 입력 2018.03.20 19:58
  • 수정 2018.03.20 20:03
  • 댓글 0

밤 

- 신용목

 

  밤은 총소리를 얇게 펴놓은 것 같다 먼 나라 한 발 총성이 지평선을 따라 밀리고 밀려서 여기 고요로 도착할 때, 밤
  울음이 미처 건너지 못한 국경처럼 서 있는 밤
 

  누가 내 등짝을 후려쳐주면 좋겠다 불길한 꿈을 꿨다고, 아침 커튼을 걷어주면 좋겠는데

  대장장이가 탕탕 붉은 쇠를 두드리고 다시 차가운 물속에 담갔을 때, 흰 연기를 지피며 단
단하게 변해버린 어둠 속에서
  어느 처음의 물속에 지지지직, 식는 소리를 숨겨놓았을 것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자꾸만 누군가가 첨벙이며 침묵 속으로 뛰어드는 소리를 듣고 있다

 

 

지금도 지구 저편에서는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저 먼 곳에 존재하는 타인의 고통은 뉴스를 통해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우리에게 전해지곤 합니다. 우리는 화면 저편의 비극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애써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려하지요. 하지만 못 본 척 고개를 돌려도 우리의 내면에는 알 수 없는 죄책감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어느 날 꿈속에서 문뜩 타자의 고통이 나를 깨울 때, 보이지 않는 저편에서 총을 겨누는 자도, 총탄에 피 흘리는 자도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타자의 고통은 그들만의 문제로 머물지 않습니다. 내 삶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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