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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신용목의 ‘공터에서 먼 창’

  • 입력 2018.10.19 18:05
  • 수정 2018.10.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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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먼 창 

  - 신용목

 

내가 가장 훔치고 싶은 재주는 어둠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저녁의 오래된 기술.

 

불현듯 네 방 창에 불이 들어와, 어둠의 벽돌 한장이 차갑게 깨져도

허물어지지 않는 밤의 건축술.

 

검은 물속에 숨어 오래 숨을 참는 사람처럼,

 

내가 가진 재주는 어둠이 깨진 자리에 정확한 크기로 박히는,

슬픔의 오래된 습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밤은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마치 벽돌을 쌓듯 견고한 어둠으로 한 세계를 쌓아올리기 때문입니다. 저녁의 오래된 기술은 얼마나 정교한지 불현듯 누군가의 방 창에 불이 들어와, 어둠의 벽돌 한 장이 차갑게 깨져도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둠의 벽돌 한 장이 깨져도 밤이 허물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사랑하는 이가 떠난 텅 빈 방에 불을 켤 때, 딱 그 만큼의 마음의 어둠이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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