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내외일보

<사설>대통령이 되려면 이것부터 챙겨라

  • 입력 2012.05.29 13:02
  • 댓글 0

이명박 정부의 가장 핵심들이 잇따라 구속됐다.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파이시티' 관련 비리의혹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자 '방통대군'으로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현 정부 들어 '왕비서관', '왕차관'으로 지칭된 박영준 전 차관이 구속된 것이다. 세상은 이들을 '영포라인'이라 부른다. 영포라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고향인 영일·포항 일대 출신 인사의 모임을 줄여서 한 말이다. 영포라인은 2010년 총리실 사찰사건 이후, SLS그룹 로비 의혹과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건을 거쳐 이번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 '영포의 비리'로 지목되고 있다. 영포라인의 권력비리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영포라인에서 밀렸던 여권 내 친이 소장파의 경우 영포라인에 대해 못내 섭섭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처사촌과 손위동서와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 불법 대출 혐의로 수감 중인 제일저축은행 유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이 드러났다. 정권 초 대통령 부인 사촌 언니가 국회의원 공천 대가로 30억원을 받은 사건 이후 한동안 뜸하던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정권초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외쳤던 MB정권은 역대정권 비리사건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현 정권 출범 직후부터 인사 때마다 '강부자', '고소영'이 뒤따라 붙었고, '권력의 사유화' 논란까지 일기 시작하면서 '왕차관'의 별칭까지 나왔다. 언론은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과 통한다)'이라는 경고메시지까지 보냈다. 역대 대통령의 아들·형·동생·사촌·처남·친척들이 줄줄이 쇠고랑 차는 모습을 보아왔는데, MB정권도 결국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역대 대통령 주변에는 늘 친인척과 핵심측근 그룹의 비리가 이어져왔다. 5공화국과 6공화국의 TK(대구경북)사단, 문민정부는 아들과 상도동계, 국민의정부도 역시 아들들과 동교동계, 참여정부는 친형과 친노그룹, 그리고 현정권의 영포라인들이다. 본인이 감옥에 간 군 출신 두 대통령과 5공 대통령 동생, 6공은 '떠오르는 태양', 문민정부는 소통령으로 불리던 현직 대통령의 아들구속과 국민의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두 아들까지 구속됐다. 대군(大君)으로 불리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는 이미 실형을 살고 출소했는데, 또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300억여원이 불거져 수사중이다. 노무현 정권이 막을 내린지 4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노건평 씨의 뇌물비리가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2004년 대우건설 사장에게서 연임 청탁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형을 감싸며 "좋은 대학 나오고 많이 배운 사람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노인한테 찾아가…"라며 질타하자, 바로 그날 그 사장은 한강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역대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아예 5년마다 의례적으로 치르는 비극이 됐다. 대통령 권력이 정점에 있을 때는 관련자들이 입을 꽉 다물고 드러나지 않던 친인척 비리가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이 가까워지면 이곳저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정권말기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이승만정권과 군사정권 시절은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독선과 독재 부정부패가 주류였다면, 문민정권 말기부터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연례행사처럼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마저 검찰 수사 중 생을 마감해야 하는 비운으로 한국 정치사상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우리나라처럼 정권 말기마다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 나라는 없다. 이 부끄러운 역사를 끝장내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다음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은 국민앞에 자기 형제·사촌·처삼촌·처사촌들을 어떻게 철저히 감시할 것인지 구체적인 약속부터 내세워야 한다. 대통령이 되려면 복지사회·공정사회를 말하기 앞서 부패 사슬을 철저히 차단할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욕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재력은 효과가 없는 법이다. 권력이 부패하면 단명으로 끝난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권력의 궁극적 주체는 국민이다. 각 정당과 대선 후보는 12월 대선에 앞서 대통령 가족·친척·측근 비리를 막을 대안을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 가족·친척·측근 부패가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