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김소연의 ‘먼지가 보이는 아침’ 해설

  • 입력 2019.09.25 00:05
  • 댓글 0

먼지가 보이는 아침

- 김소연

 

조용히 조용을 다한다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낼 때

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

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

나는 나대로

극락조는 극락조대로

먼지는 먼지대로 조용을 조용히 다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세상 만물은 궁극에는 다 먼지로 돌아갑니다. 사람도 예외가 아닙니다. 어느 순간,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던 욕망이 식고 몸도 서서히 식어, 문자 그대로 한 줌의 먼지가 되는 때가 올 것입니다. 그리하여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세상을 떠돌다 어느 방에 다다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발끝에 고요히 앉아 있다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반사되어 눈에 띄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순도 높은 고요함 속에서 문득, 그 누군가는 자신의 발끝에 앉은 작은 먼지를 통해서 자신의 전생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