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 이순주
그
산골소녀는 늘 노래를 불렀지
꽃잎으로 엮어만든
광주리를 이고서
그 안에
산새울음 담고
냇물소리 담고
소슬바람 솎아낸 햇살을 담고 담아
내 어머님 같이
함초롬히,
고샅길 돌아나오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산국(山菊)이라고도 불리는 들국화는 잡초 사이나 돌 틈에 피어나는 꽃입니다. 온실에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며 키운 값비싼 전시회용 국화들과는 달리 꽃도 작고 볼품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향기는 어느 국화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꽃잎으로 엮어 만든 광주리에 산새울음도 담고, 냇물소리도 담고, 가을햇살도 가득 담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산골소녀는 참 사랑스럽습니다. 이 작품 속, 때 묻지 않은 산골소녀는 투박하지만 순수한 향기를 가진 들국화를 꼭 빼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