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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혹’ 붙일까?

  • 입력 2019.11.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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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혹부리 영감이 “혹에서 멋진 노래가 나온다.”고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고 금은보화도 챙겼다. 다른 혹부리 영감은 도깨비를 속이려다 혹을 더 붙였듯, 술 박물관은 ‘혹’을 뗄까, 붙일까? ‘대한민국 최악의 입지선정’으로 준공 5년이 되도록 ‘밑 빠진 독’처럼 예산만 축내는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이 논란이다. 주로 군비 등 207억을 들인 술 박물관 활성화를 위해 ‘2단계 관광휴양지 조성사업’을 벌인다며 96억을 추가 투입할 계획으로 도비 3억을 확보해 내년 실시설계 및 업무착수에 활용할 계획이다.

모악산도립공원과 구이저수지 주변은 전주·완주지역 주거·휴식·건강·체육·문화공간으로 각광이다. 모악산집단시설지구는 평일에도 인산인해여서 전북도립미술관과 잔디구장, 등산로와 음식점 등은 등산객과 탐방객으로 넘쳐나며 주차장도 붐빈다. 전주에서 10여 km밖에 안 되고, 전주~순창 ‘국도 27호’와 ‘전주국도대체도로’도 지척이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구이저수지 서쪽 ‘모악레이크빌’ 전원주택단지도 완전 분양돼 주택들로 가득 찼다.

반면, 구이저수지 동쪽은 주민도 농사철 외에는 거의 가지 않는 막다른 산기슭인데 ‘덕천 전원마을’과 ‘술 박물관’ 조성사업이 추진됐다. ‘덕천 전원마을’은 8천여 평에 국비와 군비 15억 원을 투입해 2009년, 31필지를 조성했지만 열악한 접근성으로 현재도 나대지가 남아있다. 지척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조성사업은 207억 중 국비는 34억뿐이고, 173억은 군비로 충당해 임시개관을 거쳐 2015년 개관했다. 전임군수 시절 구이면 덕천 전원길에 착공한 술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대지 6만1594㎡에 건립됐다.

그러나 ‘최악의 입지’에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때까지 당시 집행부나 군의회 등은 뭐 했던가? 진입로는 국도 27호에서 나와 협소한 ‘구절양장九折羊腸’ 농로와 다리 몇 군데를 지나 4.27km에 달하는 막다른 산기슭이어 박물관을 구경하고 되돌아오면 8.54km다. 관장과 팀장, 청경, 학예사, 청소와 관리 포함 13명이 근무하는 연간 예산은 5억8천만 원인데 10명은 별도로 군에서 급여를 직접 지급해 총 8억 안팎이 소요된다. 그러나 작년 입장료 수입은 3385만원, 올 11월 14일까지 3290만원이 전부다. ‘밑 빠진 독 상’을 받은 익산 보석박물관 수입 1/7에 그친 것으로 황당한 입지선정이 주원인이다.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 지척 ‘보석박물관’은 개관 17년에도 정상화가 안 됐고, 국도 1호 옆 ‘왕궁리유적전시관’이나 지방도 지척 ‘연안이씨문적전시관’도 찾는 사람이 없는 등 훨씬 입지가 좋은 박물관과 전시관도 개점휴업 상태다. 그런데 뒤돌아 나와야 될 막다른 산기슭에 박물관을 세우다니. 때문에 “만취해 입지선정하고 음주운전 상태로 예산을 편성·심의했다”는 혹평이다. 탐방객 동선 등 접근성은 도외시하고 값싼 토지가격이 입지선정 첫째 요인이 됐다. 거의 예산을 들이지 않은 옛 구이면사무소에 술 박물관이 있을 때보다 찾는 이가 없다.

주택지나 묘지, 공장과 교량도 입지가 있다. 특히 박물관은 ‘관광과 전시산업이라는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작업’이므로 각종 요인을 엄밀 분석해 선정해야 하는데 막다른 산기슭에 세워졌다. 구이저수지 서쪽은 전주시민과 완주군민으로 인산인해인데 폭 800m 깊은 구이저수지가 중간에 있어 교량이나 출렁다리를 설치하려면 800억 안팎 소요되는 ‘외통수’ 골짜기다.

‘범의 아가리’로 죽게 될 호구虎口에 혈세를 들여 살릴 방법이 없는 사석死石(죽은 돌)으로 사석捨石(버림돌) 취급이 상책이다. 후임 박성일 군수가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술 박물관 활성화에 관심은 지자체장으로서 있음 직하다. 무려 96억이 추가 투입될 2단계 관광휴양지 조성은 이 같은 고뇌의 산물이다. 현 박물관 입구 좌우와 박물관 뒤편에 술 테마체험관과 술 테라피 체험관, 파크 웨이 이야기길, 음식점과 취사장, 다목적광장, 숲속놀이터, 전망대를 조성할 계획이다. 관광자원 효율적 활용과 연계관광이 가능하도록 박물관 주변을 테마가 있는 여가 휴양형 관광지로 조성해 모악산과 구이 수상 레포츠 공원을 연계하는 관광거점 육성 필요성 때문이란다.

그러나 완주군의원들은 지난 14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술 박물관 개관 4년이 지난 현재도 방문객이 늘지 않고 시설 운영비만 지속 투입되는 상황에 96억을 추가 투입하는 2단계 사업은 예산낭비 우려가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최찬영 의원(비례대표)은 “관광휴양지 사업은 예산낭비 우려가 있으니 재검토”를 주문했고, 김재천(봉동·용진)·서남용 의원(고산·비봉·운주·화산·동상·경천)은 “술 박물관과 건립예정인 역사박물관 통·폐합 검토”를 건의했으며, 소완섭 의원(봉동·용진)도 “개선되지 않는 술 박물관에 추가 예산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초 착공 전후, 예산을 편성·심의한 완주군 공무원 및 군의원과 달리 당연한 판단이다. 도비 32억이 투입된다고 좋아할지 모르나 군비 64억 등 총 96억은 전북도민과 완주군민을 위해 적재적소에 투입돼야 할 혈세다. “‘혹 떼기는커녕 혹 붙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엉터리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에 ‘관광휴양지’라는 혹을 두 개나 달면 전임에 이어 현직 군수도 책임을 면치 못한다. 양쪽에 혹을 붙인 ‘혹부리 영감’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매우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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