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霧氷) / 안도현
허공의 물기가 한밤중 순식간에 나뭇가지에 맺혀 꽃을 피우는 현상이다
중심과 변두리가 떼어져 있다가 하나로 밀착되는 기이한 연애의 방식이다
엉겨 붙었다는 말은 저속해서 당신의 온도에 맞추려는 지극한 정신의 끝이라고 해두자
멋조롱박딱정벌레가 무릎이 시리다는 기별을 보내올 것 같다
상강(霜降) 전이라도 옥양목 홑이불을 시쳐 보낼 것이니 그리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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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霧氷)이란 날씨가 추운 날 공기 중의 작은 물방울이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생겨난 얼음입니다. 안개(霧)가 얼음(氷)이 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호숫가나 고산지대의 나뭇가지에 생긴 무빙은 마친 눈꽃이 핀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꽃도 보내고 잎마저 다 떨군 나뭇가지에 어느 날 맑고 깨끗한 얼음꽃이 피었습니다. 공기 중의 수증기와 나무라는 서로 너무나 다른 개체가 엉겨 붙어 꽃을 피운 것입니다. 타인의 온도에 맞추려는 지극한 정신이 있어 가능했던 기적입니다. 때로 나를 내려놓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맑고 차가운 정신이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