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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 기자명 김상환 기자

[인터뷰] 김창건 시민운동가, 유성훈 금천구청장... '금천구 벤츠 사태’ 패소, ‘후회는 없다’ 

  • 입력 2020.12.22 21:38
  • 수정 2021.01.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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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건 시민운동가 “주민들의 환경권 보장위해 ‘할일’ 했을 뿐”
유성훈 구청장 “구민 위한 행정은 구청장의 책무”

KCC 벤츠 도장공장 반대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내외일보] 김상환 김의택 기자 = 지난 11월 26일 금천구 ‘벤츠 사태’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나긴 법정 싸움의 결과는 금천구의 패소.    

지난 2019년 8월 9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공식 딜러인 KCC오토는 금천구청을 상대로 ‘자동차관리사업 등록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서비스센터 등록신청 당시, 도장시설의 발암물질 배출 우려에 금천구는 주민과의 합의를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해당 시설의 주변에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파트 등이 밀집해 있는 만큼, 구민의 환경권을 위한 금천구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KCC오토는 이 같은 금천구의 통보를 무시한 채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모두 KCC오토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금천구의 상고를 기각했다.

지난 2018년 4월 금천구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의 1인 시위로 시작된 ‘벤츠 사태’는 그해 7월 ‘KCC 벤츠 발암물질 도장공장 반대 주민대책위’ 출범을 촉발시켰다. 기나긴 행정적 싸움의 중심에서 꿋꿋하게 목소리를 지켜온 시민운동가 김창건 씨, 그리고 이 모든 사안의 무게를 누구보다 무겁게 짊어졌던 유성훈 금천구청장의 말을 차례로 들어본다. 

김창건 시민운동가

184만원. 작은 상가의 관리인으로 일해온 김창건 씨의 월급이다. 열 달치 월급이 넘는 금액인 무려 2000만원을 KCC벤츠 도장시설 반대운동에 흔쾌히 쏟아 부은 김창건 시민운동가를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그의 작은 보금자리에서 만났다.

김창건 씨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기존 행정 소송에 대한 판결을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시민운동가라는 거창한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벤츠 도장 시설 반대 투쟁은 금천구민과 우리 아이들의 환경권을 보장받기 위해 내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창건 씨가 걸어온 시민운동의 역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운동’에 나섰던 김창건 씨는 이후 이명박 탄핵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부대표를 역임하고, 박근혜 퇴진 운동 중 시위로 2년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복역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차분히 되새기다, 지난 2009년 시청 앞 대한문에 고)노무현 대통령 분향소를 설치하고 200만 국민의 조문을 받았던 기억에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을 위해 정치권에서 먼저 나서주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든지 목소리를 내기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있다. 제도화된 정치권에 입문할 생각은 없다. 누군가는 우리들 사이에 남아 목소리를 이어가야 한다. 이것이 나의 숙명이다”라며 자신의 삶을 차분히 규정했다.

이어 “주민들 입장에서 싸워준 금천구청 담당자들, 누구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에게 감사를 전한다”라며 짧지만 강렬했던 인터뷰를 마쳤다.

깊게 패인 주름과 당당한 눈빛이 고되지만 흔들림 없었던 그의 삶을 대변하는 듯해 본 기자의 마음도 적잖이 무거웠다.

유성훈 금천구청장

이번 사안의 또 다른 영웅은 단연 유성훈 금천구청장이다. 금천구민을 대신해 고단한 법정싸움을 이어온 그는 “후회는 없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유성훈 구청장은 “비록 대법원에서 패소했지만, 구민들의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는 것이 구청장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아쉽지만, 구민을 위한 저의 행정은 후회하지 않는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번 패소에 대해 “구청장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행정과 법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다양한 모순들이 존재한다. 눈부시게 빠른 사회변화를 법과 제도가 미처 따라가지 못해 간극과 괴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 하느냐? 법을 지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를 어떻게 행정에 반영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다. 이번 ‘KCC 벤츠 발암물질 도장공장 반대’ 운동이 위와 같은 경우다”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또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되는 시대다. 공무원들은 법대로 하면 편하지만, 이번 사태에 있어서는 구민들의 환경권과 주거권에 대한 요구가 행정에 적극 반영되어야 했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번 소송을 겪으며 구민들의 환경에 대한 요구를 피부로 느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웠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훈 구청장은 향후 조치계획에 대해 “등록 신청은 법률적 판단에 따라 규정대로 처리 예정이며, 등록 후에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주민들의 생활환경권 보장과 KCC오토 측의 원활한 영업활동을 위해 양측의 합의점을 찾고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거 타 지자체의 경우, 비슷한 상황에서 구상권 청구소송이 제기돼 구청장에 대한 책임이 인정된 판례가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유성훈 구청장이지만 금천구민들을 위해 중도적 입장이 아닌 선도적 입장을 취한 그의 용기와 책임감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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