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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월 대선, 첫 선상투표 도입 의미

  • 입력 2012.09.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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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출근하면 1년 동안 퇴근이 없다는 말을 들을만큼 장기간 일하는 직업이 외항선원이라고 한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 국방 등 4대 의무를 다하지만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을 바다에서 보내기 때문에 항해중인 경우 어쩔 수 없이 투표권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오는 12월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처음으로 선상부재자투표가 실시돼 우리나라 국민이 선장인 원양어선, 외항여객선, 외항화물선, 해외취업선의 외항선원 약 1만3천여명이 투표할 수 있게 됐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해서 국민주권의 원리를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헌법은 제24조에서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항선원들의 선거권은 선거관리의 어려움, 비밀선거와 직접선거의 실현 및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상의 문제 등으로 제한돼왔다.
 
지난 2005년 8월 원양업계 선원들이 ‘공직선거법’에서 선원들에 대한 부재자 투표에 관한 절차와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선거권과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2007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올해 2월말에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선거와 임기만료 국회의원선거에서 선상투표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미국, 뉴질랜드, 일본 등은 팩스나 우편 등을 통해 선상투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선상투표에 대한 법률 입법으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주권의 주체로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선거권을 갖게 된 외항선원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애국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외항선원의 의사가 국정에 반영되고 이들을 위한 국가 정책이 적극적으로 도입될 수 있으며 권익신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선상투표는 위성통신망을 이용한 팩스밀리 서버를 통해 투표가 실시된다. 선거일에 선박에 승선하고 있어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없는 선원들이 승선 중인 선박의 팩시밀리를 이용해 선상부재자 신고를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투표용지를 전송받아 선박에서 투표를 한 후 다시 선박의 팩시밀리를 이용해 투표지를 선거관리위원회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투표하는 것이다. 이때 비밀투표의 원칙을 보장하기 위해 쉴드팩스(Shield Fax)가 사용되는데 선박에서 전송된 투표지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수신되자마자 투표한 내용이 자동으로 봉함·출력되는 방식이다. 

미국, 독일, 스페인의 경우 우편투표를 실시하고 있지만 부재자기간 중에 항구에 정박하는 선박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선상투표 방식과 같은 쉴드팩스 방식을 2000년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비밀투표 문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항해중인 선상투표 선박을 대상으로 모의 선상투표를 실시해 투표용지 송·수신 과정을 점검할 예정이다.
 
선장은 선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선박의 운항관리에 관해 책임을 지고, 선내 질서유지를 위해 선원들의 징계권 등을 가지는 법률상 중요한 지위와 책임이 있다.

선상투표가 성공적으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선거 과정에서의 선장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선장은 선상투표 일시와 장소 결정, 선상투표소 설치, 팩스번호 확인 입력, 투표지 원본 봉함·봉인, 투표관리기록부 작성·제출 등의 임무를 맡게 된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선상투표의 참여율 제고와 공정성 담보를 위해 선장이 선상부재자신고나 선상투표를 못하게 하는 경우나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투표를 권유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의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1948년에 실시한 제헌국회 총선부터 65년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의 선거 역사는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2012년은 ‘유권자의 해’로 민주정치 역사적으로 한 획을 긋는 중요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의 허용으로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확대됐고 재외선거와 선상투표를 통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선거권을 보장받고 투표할 수 있게 됐다.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처음 실시되는 선상투표가 선장 및 선원, 국민들의 관심과 성숙한 유권자 의식으로 소중하고 공정하게 행사되기를, 이를 통해 선진 선거문화로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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