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이혜영 기자 = 층간소음 갈등으로 윗집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2명을 살해하고 2명을 다치게 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홍은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정모 씨(34)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 27일 0시 33분경 여수시 덕충동의 한 아파트에서 위층에 사는 A 씨 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린 뒤 문을 열고 나오는 A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정 씨는 곧이어 거실로 침입해 A 씨의 부인, 60대인 A 씨의 장인, 장모를 향해 잇달아 흉기를 휘둘렀다. A 씨의 부인이 사망하고 장인, 장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A 씨 집에는 두 자녀도 있었으나 방으로 대피한 뒤 문을 잠가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범행 20분 만인 0시 55분경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112에 자수했다.
정 씨는 경찰에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불만이 많았다”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정 씨는 평소에도 A 씨의 집에 인터폰으로 자주 연락을 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층간소음 때문에 방해가 된다”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 씨가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리 흉기를 구입하는 등 계획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범행 3~4개월 전 인터넷에서 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 씨가 평소 등산을 하지 않는데도 범행을 염두에 두고 등산용 칼을 구입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정 씨는 이와 관련해 “호신용으로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인 A 씨의 지인은 “정 씨가 지속적으로 항의를 해와 피해자 가족들이 바닥에 매트를 깔고 조심조심 걸어 다닐 정도로 항상 신경을 썼다”며 “피해 부부의 자녀도 조용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린 데다 둘 다 10대여서 집에서 시끄럽게 뛰어놀 나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아파트 주민들 역시 “아파트가 지어진 지 10년도 안 됐고 튼튼한 편이어서 그동안 층간소음 문제가 거의 없었다”, “정 씨는 집에서 청소기만 돌려도 층간소음 문제를 따졌다”, “공동주택이면 어느 정도의 소음은 피할 수 없는데 범행을 저지를 정 씨가 지나치게 민감했던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