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해진 “한가위만 같아라.”
무색해진 “한가위만 같아라.”
  • 고재홍 기자
  • 승인 2022.09.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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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 고재홍 기자 =설날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추석은 오곡백과가 익는 평소 10월보다 한 달이나 이른 9월 10일이어서인지 포도는 단맛을 내는 데 비해 사과도 덜 익은 떫은 감처럼 맛이 덜 들었다. 풍년이라 할 정도로 곳곳의 대추는 엄청 달렸으나 아직 중간 크기이고 연한 초록색이다. 국민 주곡인 벼는 대풍이 예상된다.

세월이 지날수록 설날이나 추석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도 적어진다. 편한 날짜에 성묘를 위해 고향에 미리 다녀가거나 자녀들이 사는 수도권 등지로 부모가 올라가 추석을 보내기도 한다. 선조 묘소만 들리고 주변 관광지를 돌아본 후 거주지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아 고향 동네도 썰렁하다. 마을 어른을 찾아뵙는 것도 옛날 추억으로 사라졌다.

변산반도 부안군 석불산 자락에 선산이나 인근에 고향 마을이 있는 필자도 다를 것이 없다. 추석 일주일 전인 음력 8월 8일 기일에 맞춰 성묘 겸 제사를 한꺼번에 지낸다. 방안 제사는 대부분 사라진 지 오래다. 이번에는 형님 가족들은 일주일 전에 미리 다녀왔으나 필자는 그때 바빠 추석날 형님을 찾아뵙고 가족과 함께 따로 성묘를 갔다. 각각 합장한 조부모와 부모 묘소는 박정희 정부가 계화도 간척단지와 함께 이곳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려고 조성한 140만 평 청호저수지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이번 추석에는 오가며 듣는 것이 엄청나게 폭등한 각종 물가와 폭락한 쌀값 이야기다. 크기와 품질에 따라 다르지만 배추 한 포기에 1만 2천 원, 무는 4~5천 원, 호박 한 개에 3천 원 하는 식이다. 금추·금무·금호박 시대다. 뱃속이 금값 채소가 들어가니 놀라 소화가 될지 겁날 정도다.

최저임금 올려주고 각종 지원금에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국민에 돌려주는 것 같지만 물가가 폭등하니 조삼모사와 무엇이 다를까? 전임 정부 때는 저금리와 코로나 등을 명분으로 각종 지원금이 엄청 풀려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몰려 잡음이 적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등으로 공급망 문제가 심각해져 원유가격이 배럴 당 30불 대에서 120~30불 대로 폭등하다 90불 전후를 오간다. 물가 폭등은 불문가지다.

더욱 유동성이 대거 확대된 상황에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는 미국이 한국 등 해외 주식 등을 대거 매도한 이후, 기준금리를 올리자 환율이 폭등해 원화 가치가 떨어지니 물가가 안 오르고 배기겠나? 국내도 달러 유출 등으로 인한 물가 폭등으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 금융권으로 자금이 몰리고 대출은 어려워지니 부동산과 주가 폭락은 예고됐다.

원달러 환율이 1090원 선에서 폭등해 1400원 목전이니 원유·가스는 물론 각종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수출로 지탱해온 경제 주름살도 적지 않다. 그러나 환율이 1,900원까지 치솟았고 금리가 20% 전후였던 IMF 직후보다는 훨씬 좋은 상태다. 지금은 외환보유고도 충분하고 국가 경제 기초가 튼튼하니 고금리 시대가 상투를 치면 상황이 호전되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았던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 근접할 수도 있다.

그러니 비료·농약 가격은 폭등한 상태에서 농민 주 소득원인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 폭락해 농민들을 애태운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데 유독 쌀값만 폭락한다. 산지 쌀값은 최근 80㎏에 16만 원 선이다. 전년 대비 쌀값 하락률이 1977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크다. 단군 이래 한국 최대·최장기 사업인 새만금 착공 당시인 31년 전인 1991년 쌀값과 비슷하다. 그러니 농심이 뒤숭숭하다.

쌀값 폭락 이유는 생산량은 늘어났으나 소비량이 코로나 등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근년 코로나로 각종 식당이 개점 휴업 상태를 면치 못한 것도 큰 원인이다. 다른 음식을 먹고 난 사람마다 공깃밥이 나오며 남는 밥은 음식물 쓰레기로 되는데 가정에서는 먹을 양만큼만 덜어 먹으니 소비량이 줄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지난 2월과 5월, 8월 세 번이 걸쳐 총 37만 톤을 시장 격리했다고 하나 그 물량은 시장 유통만 중지됐을 뿐 국내에 남아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 양곡창고 및 전국 지역농협 창고마다 작년 벼가 그득 쌓여 5억에서 2~30억 적자를 본 지역농협이 부지기다. 조만간 추수가 본격 시작되면 쌀값 추가 하락은 보나 마나다. 농협마다 작년 벼가 쌓여 올해 생산 벼를 받아들일 공간 부족으로 추곡수매를 위해 기존 벼나 쌀 방출에 골머리다. 정부는 올해 공공 비축용으로 햅쌀 45만 톤을 매입키로 했으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특히 주곡인 쌀은 우선 풍년들고 봐야 한다. “쌀독이나 곳간에서 인심 난다.” 오곡백과가 빨갛고 노랗게 익어가는 추석 명절은 마음부터 풍족해진다. 그러나 올해 추석은 과거와는 상당히 다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각종 물가는 폭등해 살기 어려워졌는데 쌀값만 30여 년 전과 다를 바 없다. 주 수입원인 쌀값 폭락이 어느 정도일지는 추수가 끝나 봐야 안다. “흉년이 들어도 걱정, 풍년이 들어도 걱정“이라는 농민 얼굴에 주름살이 깊어진다. 정부의 종합 대책이 절실한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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