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창원 우영우 팽나무와 부여 사랑나무, 완주 느티나무

  • 입력 2022.10.04 11:05
  • 댓글 0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와 ‘우영우 팽나무’로 지칭됐던 창원 동부마을 ‘보호수’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3일 ‘창원 팽나무’와 ‘청와대 노거수 군’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키로 했다. 청와대 개방으로 관심을 끌었던 노거수 군은 녹지원 내 반송, 회화나무 3그루, 말채나무, 용버들 등 6그루다. 청와대 노거수 군은 3백년 간 보호된 수림지에서 자란 수목이자 경복궁 후원에서 청와대로 이어져 온 장소·역사성이 평가됐다.

창원 팽나무는 당산제를 지내는 등 학술·역사적 가치도 크다. 수령 5백년에 가슴높이(흉고) 둘레 6.8m, 나무 높이(수고) 17m로 천연기념물인 예천 금남리 황목근 팽나무와 고창 수동리 팽나무에 손색이 없다고 평가됐다. 경관 가치도 빼어나다.

팽나무는 말이나 되에 담은 곡식을 평평하게 미는 평목平木을 만드는데 사용됐다. 탐관오리들이 백성에 곡식을 받을 때는 수북이 받고, 창고에는 평목으로 밀은 적은 양만 넣어 나머지 착복했다. 팽나무가 있는 마을이나 고개·정자를 평목마을·평목령·평목정이라 한다. 필자 고향 마을에도 어른 서너 명이 양팔을 둘러도 안 닿을 초대형 팽나무 등 세 그루 팽나무가 있었으나 도로확장 등으로 사라졌다. 초대형 팽나무는 천연기념물이 되고도 남았다. 팽을 따 먹으며 놀다가 질긴 가지를 타고 땅으로 내려오며 의기양양하기도 했다.

앞서 드라마에 자주 나와 청춘남녀 데이트 코스이자 사진 명소로 부상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부여 사랑나무’가 있다. ‘임천 군사리 가림성(성흥산성) 느티나무’다.

백제 웅진(공주)이나 사비(부여) 시대 금강하구를 지키던 곳이 기벌포라면 해발 260여 m 성흥산 가림성은 금강 중류 산성으로 사방이 환히 보이는 명소다. 가림성 정상 입구에 우뚝한 느티나무로 수문장 같다. 나무 한쪽이 반쪽 하트 같아 나머지 반쪽을 편집해 붙이면 하트가 완성돼 연인들 명소다. 사랑나무는 높이 22m, 둘레 5.4m, 수령 4백년 정도다.

코로나가 시작됐던 2020년 3월, 부여 유왕산·대조사를 거쳐 가림성에서 사랑나무·유금필사당·성흥루와 김종필 현판 글씨를 둘러봤는데 그 느티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될 줄 몰랐다. 성흥산은 일망무제로 맑은 날에는 전주 모악산과 충남 계룡산 및 서해까지 환히 보인다.

그러나 ‘사랑나무’라는 별칭과 달리 가림성은 ‘백제 판 10.26 현장’이다. 동성왕(즉위 479-501)은 좌평 백가에 피살됐다. 백가(?-502)는 경호실장 격인 위사좌평으로 501년 8월, 당시 웅진에서 엄청 떨어진 가림성으로 발령 받았으나 병을 핑계로 부임하지 않았다. 동성왕이 강제 부임시키자 앙심을 품었다. 동성왕은 그 해 11월 가림성 서남쪽까지 사냥을 나갔다. 학계는 강폭이 좁고 북쪽이 평탄한 웅진성 대신 강폭이 넓고 험준한 사비성 등으로 천도를 꾀하려 지형을 알아볼 겸, 공주에서 가림성을 거쳐 금강 하구까지 사냥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폭설로 길이 막힌 동성왕은 서천군 한산면(?) 숙소에서 백가 자객에 찔려 다음 달 사망한다. 웅진 귀족 백가는 천도 반대세력으로 추정된다. 무령왕(사마왕, 501-23)이 즉위해 항복한 백가를 죽이고 시신을 금강에 버렸다. 사비 천도는 성왕(523-54) 16년(538) 이뤄졌다.

의자왕이 끌려가던 모습을 지켜보며 백성들이 울부짖던 유왕산, 백제 승려 ‘겸익‘ 꿈에 나타난 큰 새가 앉았던 자리에 관음보살이 출현했고, 이 자리에 성왕이 창건했다는 대조사大鳥寺도 지척이다. 백제부흥군도 주둔했던 천혜 요새, 가림성은 후백제 성으로 활용되다 훗날 고려 왕건 휘하 ‘유금필’이 이 곳에서 후백제와 대적하며 백성을 구제한다. 이들 지역을 돌아보며 애증이 교차되던 역사를 돌아보고, 부여 사랑나무에서 사랑도 익어가는 가을이 되길 고대한다.

문화재청은 학술·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동물(화천 황쏘가리 서식지·제주 흑돼지·경주개 동경이 등)·식물·지질(화산암·화석·동굴 등) 분야에 지정하는 천연기념물 주무 기관이다. 드라마 등을 통해 뒤늦게 천연기념물 지정을 할 것이 아니라 찾아서 지정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높이 20여m에 수령 8백년 완주군 용진읍 용교마을 느티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추천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