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아침 / 한경옥
설핏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
댓가지 풀썩거리는 소리
문풍지 흔들리는 소리
들은 듯한 밤
어머니
살그머니 다녀가셨나 보다.
장독대 위에
백설기 시루 놓여있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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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눈이 내렸습니다. 밤새 문풍지가 흔들리고 대나무 숲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장독대 위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습니다. 그걸 보고 시인은 간밤에 어머니가 오셨다 가셨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눈이 쌓인 모습이 생전에 만들어주시던 하얀 백설기를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밤새 어머니는 사랑의 증표로 온 세상을 덮어 놓으셨던 것입니다. 차가운 눈이 그 무엇보다 따스할 수 있다는 걸 이 시를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