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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사회·세계
  • 기자명 이교영 기자

기관포 100발 쐈지만...5시간 농락당한 한반도

  • 입력 2022.12.2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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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 이교영 기자 = 북한이 26일 무인기로 한국 영공을 침범하며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쓰지 않았던 도발 수단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는 북한이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상 해상완충구역에 여러 차례 포병 사격을 실시한 것과 같은 흐름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한미를 자극해 합의를 무력화시키려는 동시에 대북 감시·정찰태세를 시험해 보려는 다목적 도발 카드인 셈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이번 무인기 도발을 통해 남북 간 군사합의를 무력화해 보겠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면서 "북측이 향후 전방지역에서 촬영된 사진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밑으로 내려보낸 무인기는 한국군의 대비태세를 시험하듯 김포·파주 일대는 물론 서울 북부 상공까지 휘저으며 날아다녔다. 군은 공군 전투기와 공격헬기를 다수 출동시켜 '고작 2m짜리' 북측 무인기의 뒤를 쫓았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군은 북측 무인기가 오전 10시 25분쯤 경기도 김포 북쪽 MDL을 넘기 전부터 항적을 포착했다. 이어 절차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군은 오전부터 KA-1 공격기와 공격헬기를 다수 띄워 맞대응에 나섰지만, 오후에 인천 강화군 교동도 서쪽에서 20㎜ 기관포 100여 발을 발사한 것 외에는 격추를 위해 특별한 공격을 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명백하게 한국 영공을 침범하며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등 사실상 침략 행위를 했지만, 군은 결과적으로 이 같은 북측의 불법적 행위를 5시간 넘도록 억제하지 못했다. 결국 이날 MDL을 넘어온 무인기 5대 가운데 1대는 북측으로 복귀했고, 4대는 탐지 레이더에서 사라지며 자취를 감췄다.

이에 따라 해당 무인기가 어떤 정보를 수집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이날 북측 무인기를 놓친 군은 무인 정찰자산을 MDL 이북으로 보내 상응 조치를 하고 적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

군은 무인기가 민가와 도시 상공을 비행해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그럼에도 군이 북측 무인기 포착 초기에 조준·격파 사격을 가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27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방문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군이) 허를 찔린 것도 맞고 대응이 깔끔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전방에서 수도권에 이르는 비행물체 탐지 및 대응 연계 체제가 미숙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은 "현장 지휘관 재량권에 따른 조치도 미흡했다"면서 "향후 (북측) 무인기에 대한 GPS 재밍(전파 방해) 같은 대응 수단 확립 등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5년 만이다. 2017년 6월 9일 북한 무인기가 강원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바 있다. 당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 지역을 정찰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2016년에는 한국 영공을 침범한 북측 무인기가 한국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간 적도 있었다. 2014년에는 북측 무인기가 경기 파주와 인천 옹진군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지에서 추락한 바 있다. 이때 수거된 북측 무인기는 청와대 경내와 군부대 등을 촬영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현재 북한은 '정찰위성'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이처럼 은밀한 침투와 근접 촬영이 가능한 무인기 기반 정보에 기대야 하는 측면도 있다.

올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정찰위성 개발 관련 시험, 7차 핵실험 준비 등으로 전략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또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통해서는 한국과 일본 내 주요 지역과 역내 미군기지 등에 대한 위협을 키웠다.

그러면서 남북 접경지역에서는 공군기를 동원한 무력시위와 포병사격에 이어 무인기까지 투입해 전술적 위협 수위를 높이는 형국이다.

이러한 가운데 북측이 이번에 또다시 무인기를 MDL 밑으로 밀어넣은 것은 '저비용·고효율' 도발 효과를 노리며 강대강 대결 구도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측으로서는 저렴하게 운용할 수 있는 무인기를 통해 한국군의 방공 능력 전체를 뒤흔들고 허점을 노출시키며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측이 무인기를 남하시킨 것은 미국 측 정찰기가 대북 정찰 비행을 강화한 것에 대한 맞춤형, 비례적 대응 개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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