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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정선희의 ‘자작나무 환월’ 해설

  • 입력 2023.01.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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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환월 / 정선희

 

청각적 이미지의 숲이 있다

타닥타닥 불타오르는 소리들

발바닥이 뜨거워

꿈으로 뛰어드는 몸이 있다

 

사소한 입술마다 어긋난 잎이 돋아났다

 

오늘은 컵을 깨뜨리고

어제는 가방을 엎듯 그만두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림자의 반경을 빠져나가는 새

 

나무는 잃어버린 립스틱을 사고 또 잃어버린 틈마다

타다 남은 불씨들, 잎이 일제히 날아오른다

 

나뭇가지가 가늘게 흐느끼기 시작한다

유성처럼 빠르게 빠져나가는 숲

눈동자에서 새가 불타고 있다

 

사선으로 하강하는 달이 발바닥에 닿는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에 어제와 오늘이

타나 남은 검은 얼굴이 흰 밤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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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극지방에서는 하늘의 온도가 낮아서 공중에 떠 있는 구름이 수증기가 아닌 얼음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이 얼음 결정에 달빛이 비치면 마치 얼음 결정으로 이루어진 달이 여러 개 뜬 것처럼 몽환적인 장관이 연출되곤 하는데, 이게 바로 환월(幻月)입니다. 시인은 차갑고 고고하고 하얀,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환월을 사랑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같은 경험입니다. 하지만 타다 남은” “어긋난사랑은 마치 환월처럼 눈부시게 아름답기만 한 차가운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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