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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동래불사동인가, 춘래불사춘인가?

  • 입력 2023.01.16 11:39
  • 댓글 0

연중 가장 춥다는 소한·대한에 봄인지 겨울인지 모르겠다. 한참 겨울잠을 잘 뱀이 나오거나 매화가 피는 등 봄 날씨로 동식물이 이상 행동이나 현상을 보인다. 제주에서는 4백mm 폭우가 내리고 호남지역도 봄비 같은 비가 내렸는데 좁은 나라에 강원도는 폭설이다. 돌변하는 날씨로 계절을 알 수 없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작년 말 전·남북 폭설로 63.7cm 눈 폭탄 피해를 입은 순창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설 명절 이전 피해농민에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는데 불과 20여 일 사이 완전 딴판이다.

평년 기온을 웃도는 초봄 날씨가 계속되며 동식물에도 영향을 끼친 듯싶다. 국립공원공단 변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 9일 한참 동면을 해야 할 누룩 뱀을 내변산 와룡소 부근에서 발견했다. 봄이 온줄 착각했나 싶다. 이달 6일이 소한이고, 20일이 대한이며, 설날이 9일 남은 13일부터 전·남북에는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는 한 겨울에 말이다. 바깥 온도로 보면 겨울비인지 봄비인지 구별 못 할 지경이다.

남녘땅 제주에는 11일 계절 관측용 매화가 발아했다는 소식이다. 평년보다 훨씬 빠른 개화다. 당시 제주 낮 최고기온이 16도 이상을 기록했다니 매화도 봄으로 착각할 법하다.

심지어 강원 강릉에서는 12일 18.7도로 역대 1월 중 가장 더운 날씨를 보였다는 소식이다. 이날 매화가 만개해 관광객과 주민이 사진을 찍고 감상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관동팔경 제1경 경포대가 있는 경포호수공원에는 매화보다 늦게 피는 개나리 꽃망울이 개화 직전이라는 보도다. 호수공원과 해수욕장 등에는 가벼운 옷차림 관광객이나 산책객이 넘쳐났다.

제주는 산지를 중심으로 장마철처럼 기습폭우로 최대 300mm가 내리는가 하면, 강원도는 폭설이다. 12일부터 한라산에는 100에서 304mm까지 폭우가 내려 때 아닌 호우경보 및 주의보가 내려졌다. 13일 아침에는 제주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어선 곳도 있고, 일일 최저기온은 제주 17.2도로 1월 기록으로 역대 1위였다.

특히 반가운 것은 일부 식수 및 생활용수 난에 허덕이는 호남지역 비 소식이다. 주말을 전후해 대체적으로 수십mm 안팎이 내려 흡족하지는 않으나 다소 해갈에 도움이 됐다. 호남지역은 지난해부터 ”비야! 너 본 지 오래다.“고 할 정도로 가뭄이 극심했다. 전북 두 번째 담수량을 자랑하는 섬진댐 옥정호는 18% 저수율로 바닥을 보였다. 중·상류는 개울인지, 도랑인지 모를 정도다. 내년 봄철까지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호남평야 중심부인 김제·부안 들녘 벼농사는 물론 정읍 등지 식수 및 생활용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이번 겨울비가 충분히 내려 마늘·보리 등 겨울 작목에도 도움이 됐으면 싶다. 수리시설이 완비된 요즘도 농사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 요즘 비는 1mm도 엄청난 경제효과가 있다. 산불예방에 전국적 미세먼지 제거 효과는 별도다. 중국 황사 피해까지 줄일 수 있어 금상첨화다.

서울까지 13일 비가 내렸는데 강원도는 폭설이다. 이상기후나 기후변화에 따른 봄비인지, 겨울비인지 모르겠다. 강원 화천군은 13일 새벽 폭우로 산천어축제장이 빙판이 돼 안전문제로 휴장을 결정했다. 강원 산간부는 직후 폭설로 곤욕이다. 14일부터 16일 0시까지 미시령 60.7cm, 진부령 42.5cm 등 폭설이 내렸고, 폭설이나 한파가 계속될 조짐이다.

제주는 폭우가 내려 장마철인지 소한·대한인지 구별할 수 없다. 한반도에 물 폭탄과 눈 폭탄이 동시에 내렸다. 가뭄 해갈은 반가운데 한겨울 개화나 물 폭탄은 이상기후로 여겨져 걱정도 된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병충해가 죽어 풍년이 든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상고온으로 눈이 녹아 프랑스·오스트리아·스위스 등지 스키장은 휴업이 속출해 휴·폐업 상태다. 유럽 대부분은 한 겨울에 반팔·반바지 차림으로 천연가스 수출중단을 무기로 에너지를 무기화 하려는 러시아 계획이 빗나갔다. 가스 가격은 폭락하고, 모스크바 등 러시아는 수십 년 만에 혹한을 기록했다.

남북극 빙하가 녹아 태평양 등지 저지대 도서국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거나 덴마크 등 유럽 저지대 국가도 문화재나 도심주택 침수우려로 전전긍긍한다. 한국도 일부 지역에 개화가 몇 달 빠르거나 겨울잠을 잘 동물이 나오는 등 이상 징후가 뒤섞여 안심할 수 없다. 매화이기에 다행이지 과실수가 개화했다가 냉해를 입으면 심각한 피해도 우려된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상고온으로 침수지역이 있으면 남·북극은 땅이 드러나 “전체적으로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며 남·북극이나 시베리아 등 동토지역을 개발 기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도 이상고온 날씨가 15일 오후부터 급격히 내려갔다. 뱀은 다시 동면에 들어가면 되지만 한번 핀 매화는 꽃잎을 접을 수도 없고, 피기도 전에 얼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여간 좁은 나라에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인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인가? 겨울인지, 봄인지 종잡을 수 없다./편집국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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