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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박제영의 ‘겨울, 횡계’ 해설

  • 입력 2023.01.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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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횡계 / 박제영

 

  대관령의 그림자가 길어지면 횡계는 조금씩 겨울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산그늘 아래 지난 계절 부려놓았던 황태덕장들도 다시 세워질 테지요

  러시아 오호츠크해의 차가운 심연을 지나던 명태들이 컨테이너에 실려 오겠지요

  대관령자락 횡계리 황태덕장에 줄줄이 꿰여 매달리겠지요

  삼동의 바람과 눈을 맞으며 간신히 바다를 잊을 무렵이면 바다의 명태를 버린 몸들이 횡계의 황태가 되어갈 테지요

  눈 덮인 덕장에 고드름처럼 매달린 황태들이 어쩌면 나를 버린 옛 애인들 같다는 생각

  눈이 푹푹 쌓인 숙취의 겨울 아침, 횡계 식당에서 뜨거운 황태해장국을 먹어본 적 있는지요

  당신을 버린 옛 애인들, 그 뜨거운 것들을 후후 불며 삼켜본 적 있는지요

  대관령의 그림자가 길어지면 횡계는 마침내 겨울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삼동의 바람과 눈을 맞으며 간신히 바다를 잊을 무렵이면 나를 버린 옛 애인들도 황태가 되어갈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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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황태는 명태를 한겨울 눈과 찬바람에 건조시킨 것입니다. 생태, 동태, 황태, 코다리, 노가리 등등 다양한 명칭이 보여주듯, 한때 명태는 한국의 국민생선이었습니다.겨울이면 대관령부터 바닷가 모래사장까지 동해안 곳곳에서 줄에 매달아 명태를 말리는 모습이 진풍경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명태는 더이상 잡히지 않고 황태를 말리는 덕장의 풍경도 사라졌습니다. 마치 뜨거운 것들을 후후 불며삼키던 옛 애인과의 추억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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