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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송찬호의 ‘채송화’ 해설

  • 입력 2023.05.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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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 송찬호

 

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 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 수염으로 알록달록 포도씨만 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 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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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크고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것들이 미디어에 넘쳐나지만, 세상에는 작고, 낡고,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 시는 바로 그 작고 힘없고 덜 화려한 것들 속에 깃든 우주를 보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인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 앞에 기꺼이 무릎을 굽히고 엎드려 그 작은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버려진 구두로 만든 배에 몸을 맡기고 비둘기 똥 헌사 앞에서도 미소 지을 수 있어야 채송화의 작은 세상 속에 깃든 우주가 수줍은 민낯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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