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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김언희의 ‘한점 해봐, 언니’ 해설

  • 입력 2023.07.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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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 해봐, 언니 / 김언희

 

   한 점 해봐, 언니, 고등어회는 여기가 아니고는 못 먹어, 산 놈도 썩거든, 퍼덩퍼덩 살아 있어도 썩는 게 고등어야, 언니, 살이 깊어 그래, 사람도 그렇더라, 언니,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썩는 게 사람이더라, 나도 내 살 썩는 냄새에 미쳐, 언니, 이불 속 내 가랑이 냄새에 미쳐, 마스크 속 내 입 냄새에 아주 미쳐, 언니, 그 냄샐 잊으려고 남의 살에 살을 섞어도 봤어, 이 살 저 살 냄새만 맡아도 살 것 같던 살이 냄새만 맡아도 돌 것 같은 살이 되는 건 금세 금방이더라, 온 김에 맛이나 한번 봐, , 지금 딱 한철이야, 언니, 지금 아님 평생 먹기 힘들어, 왜 그러고 섰어, 언니, 여태 설탕만 먹고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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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살면서 제일 어려운 게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어디를 가도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과 조언들이 넘쳐납니다. 믿었던 오랜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이야기 같은 건 너무 진부해서 큰 흥미를 끌지도 못합니다. 어디 친구뿐이겠습니까? 죽고 못 살 것 같던 연인도, 목숨까지 내어줄 수 있을 것 같던 자식도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일이 흔합니다. “냄새만 맡아도 살 것 같던 살이 냄새만 맡아도 돌 것 같은 살이 되는 건정말 한순간입니다. 이 모든 관계가 그토록 허무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마도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썩는 게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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