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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변산 수성당 개양할미님, 비를 멎게 해 주소서

  • 입력 2023.07.26 09:46
  • 수정 2023.07.2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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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 그림자를 던져 주시고,/ 들녘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남은 열매가 무르익도록 명령해 주시고/ 남국 햇빛을 이틀만 더 베풀어 주시어/ 이들을 무르익으라 재촉하시고/ 마지막 남은 단맛이 포도주로 담뿍 고이게 하소서.(중략) 요즘 폭우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이 떠오릅니다.

7월 내내 줄기차게 비가 내립니다. "양동이로 퍼붓는 듯,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하다"는 옛말이 틀림없습니다. 지구촌이 달구어져 빙하가 녹아내릴 정도이니 수증기도 훨씬 많아졌답니다. ‘극한기후로 인한 극한홍수·극한가뭄’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7월13-18일 호우는 엄청난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청주 ‘지하차도’가 수몰돼 작년 ‘반지하’나 ‘지하주차장’과 함께 인명피해 현장으로 부각됐습니다. 경북 예천은 마을이 산사태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순박한 주민 등이 다수 희생 됐습니다.

이번 극한홍수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전국 4대강 본류나 지류·지천을 돌아가며 쑥대밭을 만들었습니다. 전북 4대강인 ‘금강·섬진강·만경강·동진강’은 더욱 심했습니다. 금강은 상·중·하류 모두 4-5백mm가 내리지 않은 곳이 없고, 섬진·만경·동진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남북·전북 할 것 없이 축사와 하우스, 논밭이 바다가 됐습니다. 모든 강 유역 전체에 호우가 내리니 새만금과 금강하구둑 갑문 한계상황까지 내린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박스에 8-9만원 상추와 오이 등 채소류로 밥상물가가 위태롭습니다. 가뜩이나 자금이 많이 풀린 데다 홍수로 물가가 더욱 오를 듯합니다. 수박은 썩어 문드러지니 농민 마음과 다를 바 없습니다. 축사 침수로 소도 목까지 차오른 물을 피해 위험을 알리거나 배고픔을 울음으로 호소합니다. 공무원은 비상근무가 계속되고 민관군 복구지원은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이번 극한홍수를 “평생 처음 본다.”는 팔순 노인 일그러진 주름살이 깊게 패였습니다. 특히 김제·부안 논콩 등 밭작물 피해도 엄청납니다. 쌀 과잉을 막고 전략작물로 부상된 것이 콩입니다. 타지 인명피해가 커 표출치 못하고 타들어가는 주민 심정은 짐작이 갑니다. 생명 이상 중요한 게 없으니 관심권에서 멀어진 농민이 들판마다 가득합니다. ‘특별재난구역 확대선포’와 함께 ‘충분한 보상’이 절실합니다.

19일부터 잠시 폭염이던가 싶더니 다시 폭우입니다. 전남 목포 등지도 피해가 심합니다. 특히 22-25일 전북에도 다시 폭우가 내렸습니다. 보통 1백mm에서 140여mm가 내렸습니다. 특히 25일 6시까지 내린 비만 정읍 126.6·고창 141.3·부안 133.1mm로 가장 많이 내렸습니다. 서해 구름이 내장산이나, 선운산, 변산 찬 공기를 만나니 눈과 비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오죽하면 '샘골' 정읍井邑이며, 부안에서도 위도와 변산·하서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구전됐겠습니까? 이번에도 위도와 내장산, 변산 등지가 가장 많이 내렸습니다.

필자 고향인 부안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누차 침수됐습니다. 저류지를 파고, 양수펌프를 가동하고, 곳곳에 몽골텐트도 설치했습니다. 지구촌 4만3천여 명 축제인 잼버리 텐트 침수를 막기 위해 15cm 높이 플라스틱 팔레트 10만여 개를 깔 예정입니다. 폭우·폭염·해충을 막아 잼버리 성공을 위한 공무원, 조직위 등 수많은 사람이 땀을 흘립니다. 아름다운 변산반도에서 유사 이래 가장 큰 국제행사인 잼버리는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잼버리 인근 변산면 적벽강에 계신 ‘수성당 개양할미’에 우리 식으로 빌어봅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개양할미에 빕니다./ 지금부터 잼버리가 끝나는 다음 달 중순까지 제발 비를 그쳐 주세요./ 폭우·폭염·해충도 없도록 해주시고/ 8명 딸과 함께 전국 팔도에 비가 그만 내리도록 해주십시오./ 적당히 구름만 끼고 비는 내리지 않게 해 주소서./ 힘이 부치시거든 탐라국 ‘설문대할망‘과 진도 ’영등할매‘, 부산 ’마고할미’ 등 친구 할매도 모시어/ 비도 더위도 없는 날씨를 만들어주소서./ 피멍이 든 농민들 일그러진 얼굴을 펴게 하소서./편집국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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