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최명길의 ‘첫 말문’ 해설

  • 입력 2023.10.16 21:41
  • 댓글 0

첫 말문 / 최명길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은

단풍이 붉었다.

천진* 소나무 숲을 지나서야

그녀가 첫 말문을 열었다.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나에게 들려준 첫 말 한마디

아무것도 몰라요.

청간천 다리를 건너

호롱불빛 내다보는 초가 앞까지

그녀를 바래다주며

두어 번 옷깃이나 스쳤을까

초가을 달빛이 갈댓잎에 부딪혔다가

싸락싸락 떨어지고

그때마다 여울 물살은 아프게 울었다.

동해가 그 아래서 으르렁대고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 천진 : 천진은 이쁜 마을이었다. 이 마을을 중심으로 남녘으로는 순채 순 가득한 천진 호수가 맑고 북녘에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이 다락처럼 놓여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슬픈 결말을 예감하면서도 이끌리는 관계가 있습니다. 어느 가을날, 남자와 여자는 처음 만났습니다. 첫눈에 반했는지 마음이 “단풍”처럼 온통 붉게 물들었습니다. 그날 밤, 남자는 “청간천 다리를 건너/ 호롱불빛 내다보이는 초가 앞까지” 여자를 바래다줍니다. “동해가 그 아래서 으르렁대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에 빠진 연인들…… “초가을” “갈댓잎”처럼 몇 번 “싸락싸락” “옷깃”이 스쳤으나 “물살은 아프게 울었다”고 하는 걸 보니 끝내 맺어지지는 못했나 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