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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권상진의 ‘별의 입구’ 해설

  • 입력 2023.12.09 07:25
  • 수정 2023.12.0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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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입구 / 권상진

 

  별을 향해 걷다 보면 걸어서는 끝내 별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발맘발맘 걸어서 다다른 종점 근처에 아직도 저만큼 떠 있는 별

  보폭이 같은 사람들과 웃고 울다가 누가 걸음을 멈추면 그이를 땅에 심게 되는데 거기가 바로 별의 입구

  일생 딱 한 번 축복처럼 열리는 작은 문

  함께 걷던 이들이 눈망울에 비친 기억들을 문 앞에 떨궈놓고 이내 총총 흩어진다

  그런 밤은 먼 하늘에서 배를 한 척 보내와 무덤과 별들 사이에 환하게 정박해 있다가

  그믐이 되면 그달 무덤까지 내려와 멈춘 걸음들을 서쪽 하늘로 데려간다

  그리운 눈을 하고 가만히 보면 은하수까지 가득 찍힌 발자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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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의 부고를 듣는 일은 익숙해지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지난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단톡방에 간간이 글을 올리시던 분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함께 가던 누군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일생에 딱 한 번 열리는 문을 향해 걸어가 버린 것입니다. 그 문에 이르기 위해 그가 한평생을 쉼 없이 걸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슬픔과 함께 짠하다는 감정이 밀려들었습니다. 문이 닫히고 뒤, 뒤에 남은 이들의 눈망울에 비친 기억들을다 털어버리고 그는 별들 사이에 환하게 정박한 배를 타고 먼 하늘로 갔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느 날 밤 문득 은하수까지 가득 찍힌 발자국들을 발견하고 그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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