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발 / 원구식
나무는 시간의 발을 땅속에 묻은 족속들이다.
그 시작이 죽음의 끝이고,
그 끝이 쾌락의 시작이다.
그리하여, 나무는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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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몇 미터를 하늘 쪽으로 다가가기 위해 나무는 백 년을 걸어야 합니다. 흙 속에 맨발을 묻고 가만히 하늘을 응시하면서 말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밤과 낮을 묵묵히 섬기고 일 년에 한 번씩은 희고 붉은 살점들을 훌훌 떼어주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나무는 흙 속에 “발을” 묻은 채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작은 발걸음을 떼며 닿을 수 없는 하늘을 향해서 “시간” 속을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