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 / 이정란
무무는 갈 곳 몰라 모르는 곳으로 간다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
무무는 없어지기 위해 애를 쓴다
아무것도 아니기 위해 모습을 보인다
그에게 붙일 이름과 의미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바치지만 무무는 스스로를
애벌레의 직전 나비의 직후라고 생각한다
태생이 없어 아무 말도 할 줄 모르고
눈코입이 없는 얼굴 몸이 없는 몸을 가졌다
만지는 이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졌다 곧장 사라지는 무
터미널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바람 같을 때도
한칼에 내 몸을 두 동강 낼 때도 있다
자기가 낳은 무를 묵묵히 썰고 있는 무무에게
훈수를 두기도 하지만
배우는 존재가 아니므로 뇌는 없는 것에 가깝다
있는 것에서 멀어지느라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찾지 않을 때 불현듯 보이는 그를 아예 잊어버리자
없는 존재라고 나를 짓누르기 전에
도처에 이르러 바람의 줄기세포로 반죽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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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데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사람들이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를 투명인간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투명인간들은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고, 말을 한다고 해도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습니다. 투명인간은 “나비”가 되기를 기다리는 “애벌레”일 수도 있고, 한때 “나비”였다가 날개를 잃고 초라하게 나뒹구는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이룬 것이 없고, 가진 것이 없다고 “없는 존재라고” “짓누르기 전에”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