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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강성덕 기자

연재 칼럼 <사라지지 않는 해충들과 생물학>

  • 입력 2014.12.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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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보건 기구(WHO)는 말라리아를 옮겨오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모기들을 박멸하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말라리아는 열대 지역, 특히 아프리카 남부에서 매년 3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인명을 앗아가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박멸운동은 이러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어찌 보면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WHO는 곤충을 죽이는 데에 사용되어 온 화학적 살충제인 DDT를 말라리아 병원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모기의 서식지에 살포하도록 지시하는 등 생태학적 측면에서 볼 때 매우 과격한 박멸 작전을 시행하였다.
이런 운동들이 초기에는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왔으며, 결국 많은 모기들이 원래 존재하던 서식지 부근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이러한 박멸 운동은 중단되었으며 계획 역시 곧바로 취소되었다.
왜 고작 미미한 생명체인 모기를 죽이기 위해 많은 돈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계획은 서식지에서 모기가 사라지자 취소 됐을까?
이와 비슷한 상황들이 그 이전에도 수십 년 간 수십 번이나 일어났었다.
해충을 박명하기 위한, 동일한 목적으로 새로운 살충제가 농작물을 위해 사용될 때마다 처음 결과들은 고무적이었다. 비교적 적은 양의 살충제를 살포하더라도 99%의 곤충을 치사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번째 살충제의 살포로부터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곤충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살충제의 공격에 저항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를 단지 곤충이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살아남은 이유를 유전학적 측면에서 보면 살충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체내에서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살충제는 곤충 개체군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개체들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나 이에 저항하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저항성 개체에 대해서는 효과가 떨어지며, 결국 이 저항성 개체만 살아남게 되어 번식을 지속하다 보면 그 자손들은 살충제에 대해 강한 저항성을 물려받는 우성개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세대가 계속되게 되면 곤충 개체군에 있어서 살충제 저항성 개체들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고(곤충의 번식능력은 강하기 때문에) 이후에 살충제를 사용해도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되 된다.
화학적 살충제들의 광범위한 사용이 시작된 1940년 이후로 과학자들은 약 500종 이상의 곤충들에게서 살충제 저항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곤충들의 살충제 저항성의 유전은 진화가 직접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생활과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곤충, 특히 해충의 살충제 저항성이 농업, 넓게는 의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언제 어디서나 생물 개체군들은 모두 자연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진화의 과정을 통해 그 환경에 미세하게 맞춰가며 적응을 계속해 나가며 살아간다. 지구와 지구의 생명체가 역동적이기 때문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하며 계속해서 존재해 왔음은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변화가 생명의 특징이라면, 그 생명을 계속해나가는 것 역시 생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류의 어떤 가계의 모든 구성원들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공통의 조상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모든 인류는 아프리카의 고대 인류, 그 조상들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놀랍도록 다양한 수백만 종의 모든 생명체들이 원시 지구에서는 그저 번성을 위해 적응과 진화를 거듭하던 최초의 미생물이라는 점에서는 하나가 된다.
이러한 태초에 생명체는 하나라는 단일성과, 현세에 이르러서 다양한 종과 특징을 가지는 다양성, 이러한 이중성을 연구하는 것이 현대 생물학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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