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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로 초등 동생 살해한 중학생…"살인 재밌어, 장래희망은 살인청부업자" 경악

  • 입력 2024.03.05 14:30
  • 수정 2024.03.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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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광주에서 초등학생 남동생을 살해한 중학생 형이 휘두른 손도끼.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2001년 3월 광주에서 초등학생 남동생을 살해한 중학생 형이 휘두른 손도끼.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내외일보] 이현수 기자 = 23년 전 오늘, 광주 계림동에서 중학생 형이 초등학생 남동생을 도끼로 살인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존속 살인을 저지른 A 군에 대해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등의 수식어를 붙였고, 이 사건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을 담은 게임의 등급 심의를 더 까다롭게 만든 계기가 됐다.

하지만 당시 A 군의 부모는 24시간 식당을 운영했고, A 군과 동생은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이 사건을 분석했던 권일용, 표창원 프로파일러 등 전문가들은 게임에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하며 고립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국가가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심야 영업 마치고 귀가했는데…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둘째

2001년 3월 5일 오전 7시 20분께 심야 영업을 마치고 광주 계림동 자택으로 돌아온 40대 양 모 씨는 집 안방에 들어갔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했다. 초등학교 4학년생 둘째 아들이 흉기에 목이 찔린 채 쓰러져있었던 것. 아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처음 현장에 투입된 수사팀은 누군가 침입해 둘째 아들을 살해하고 큰 아들 A 군을 유괴해갔을 것이라는 가정으로 수사에 접근했다. 하지만 곧 유력한 용의자는 A 군으로 바뀌었다. 작은 아들 사망 추정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A 군이 가방을 메고 유유히 혼자 걸어나가는 모습이 찍혀있던 것이었다.

동생이 살해된 침대.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동생이 살해된 침대.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 미니홈피 닉네임은 '좀비'…"군대 다녀와서 살인 맘껏 즐기는 게 꿈"

A 군은 당시 '좀비'라는 닉네임으로 미니홈피에 일기 형식의 글을 썼다. A 군은 "군대 다녀와서 마음껏 살인을 즐기는 게 꿈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손도끼를 구입했다", "손도끼를 침대 밑에 뒀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 "오늘은 도끼를 꺼내서 날을 갈았다" 등의 기록을 이어갔다.

더 충격적인 부분은 범행 이틀 전이었던 3월 3일, "더 이상 가족과 정이 들면 안 되겠다. 살인이라는 것을 꼭 해보고 싶다. 평범함을 벗어나고 싶다"라고 쓴 부분이었다.

이 글을 발견한 수사팀은 A 군이 범행 전날인 4일 오후에는 친구들에게 살인 계획에 대한 메일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A 군은 학교 신상 기록 장래희망란에 '살인청부업자'라고 써 담임 교사가 A 군의 부모에게 연락해 치료를 권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A 군 미니홈피 글의 일부.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A 군 미니홈피 글의 일부.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 동생 살인 후 도끼 챙겨 버스 타고 고창행…다음 타깃 물색했지만 미수에 그쳐

동생의 목을 내려친 후 A 군은 다음 범행 타깃을 찾아 버스를 타고 전북 고창으로 갔다. 낯선 곳을 정처 없이 걸어가던 A 군은 지나가던 한 40대 남성의 오토바이를 얻어탔다. A 군은 남성이 잠시 내려서 소변을 보는 사이에 다시 범행을 저지르려 도끼를 꺼내들었지만 갑자기 지나가는 행인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후 다시 광주로 돌아온 A 군은 인적이 없는 한 골목에서 이번에도 소변을 보고 있는 남성을 노렸다. 담벼락 앞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남성에게 다가간 A 군은 손도끼를 꺼내들었는데, 마침 바로 옆에 있던 큰 거울이 A 군을 비추고 있었다. 자기 모습을 보고 놀란 A 군은 범행을 중단했고, 이후 주변을 배회하다가 사건 발생 14시간 만에 일대를 수색하던 형사에게 검거됐다.

경찰에 붙잡힌 A 군.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경찰에 붙잡힌 A 군.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 동생을 먼저 죽인 건 자신감을 얻기 위한 연습이었다

A 군은 키도 작고 체격이 왜소한 소년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일 팔 운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공격을 하다 실패하면 자신이 다시 공격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A 군은 손도끼로 나뭇가지를 치면서 연습을 했다. 그렇게 힘을 단련해 자신감을 얻어서 고른 첫 범행 대상이 친동생이었다.

A 군은 "제가 감정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좀 싫은 친구들을 죽였을 텐데. 걔(동생)가 사람이니까 인간이란 것이 얼마나 나약할까 싶어서 한 번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동생을 보며 "편안히 잘 가"라고 말했다고 자백했다.

당시 A 군과 장시간 면담을 했던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이런 말을 하는 아이는 처음 봤다"고 했다. A 군은 "저는 살인, 죽음 그런 게 좋았다. 재밌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좋다는 느낌이 들고 흥미가 있었다"고 했다. 또 마치 장래희망을 얘기하듯이 "한 명씩 죽이는 건 재미가 없을 것 같고 건물이 폭발하거나 해서 여러 사람이 죽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다"고도 했다.

◇ 단기 보호 처분, 전과기록도 無…현재 30대 후반 "잘 지낸다 믿고 싶어"

당시 만 14세였던 A 군의 재판은 소년법이 적용돼 비공개로 진행됐다. A 군의 처벌은 4년 단기 보호 처분에 그쳤으며 이에 따라 전과기록도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프로파일러는 이 사건에 대해 A 군의 환경적 요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A 군의 부모가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부모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다만 경제생활을 하다 보니 방임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거다. 안타까웠던 것은 하루는 일을 하고 귀가한 부모가 A 군이 휴지를 감고 미라처럼 앉아있는 모습을 봤다고 하더라. 부모는 '우리 아들이 의사가 되려고 하나' 말 한마디 해주고 주무시고 또 일하러 갔지만, 사실 이런 아이의 행동은 부모 옆에 있고 싶다는, '나를 좀 봐 달라'고 하는 그런 생존 본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A 군을 면담하며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꼈다는 권 프로파일러는 어른으로서의 죄책감을 토로하며 "지금은 (A 군이) 다른 문제를 안 일으키고 잘 지낸다고 믿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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