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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아이들 옆에서 남편 살해한 불륜녀...시신과 4년 동거, 이게 가능해?

  • 입력 2024.03.10 11:12
  • 수정 2024.03.10 11:18
  • 댓글 0
2013년 2월, 충북 청주의 한 다세대 주택 다락방에서 김장용 비닐에 쌓여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됐다.  아내와 내연남은 4년 전 서울에서 남편을 살해한 뒤 청주 다락방에 시신을 숨겨놓고 생활해 왔다. (사진=경찰 제공, TV조선 갈무리) ⓒ 뉴스1
2013년 2월, 충북 청주의 한 다세대 주택 다락방에서 김장용 비닐에 쌓여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됐다. 아내와 내연남은 4년 전 서울에서 남편을 살해한 뒤 청주 다락방에 시신을 숨겨놓고 생활해 왔다. (사진=경찰 제공, TV조선 갈무리) ⓒ 뉴스1

[내외일보] 이태종 기자 = 남편이 '왜 바람을 피우냐'며 매일 주먹질을 하자 아내는 "이대로는 내가 죽을 것 같다. 어떻게 해 달라"며 내연남에게 하소연, 하반신 마비 장애인 남편을 살해토록 했다.

1심은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린 점, 양육할 자녀가 3명이나 있는 점 등을 들어 징역 7년 형으로 선처했다.

하지만 아내는 형량이 높다며 항소했다가 2심이 "저항 없는 피해자를 살해한 건 용서받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며 징역 12년 형을 선고하는 바람에 매를 더 벌고 말았다.

여기까지는 이따금 들어온 강력범죄 형태 중 하나다. 하지만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떻게 인간이 이럴 수 있냐'라는 개탄을 절로 하게 된다.

◇ 내연녀가 준 열쇠로 들어 온 불륜남…자고 있는 아이들 옆에서 남편 살해

2009년 3월 10일 새벽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집에서 부인, 아이들과 함께 나란히 누워 단잠에 빠져 있던 박 모 씨(당시 39세)는 39살 정 모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박 씨는 순식간에 급소를 찔린 데다 심한 소아마비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지체 장애 2급인 탓에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같이 자던 아이들도 눈치채지 못했다.

단 한 사람 박 씨의 아내 김 모 씨(31)만 눈을 뜬 채 남편이 죽어가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김 씨는 정 씨의 내연녀로 그에게 집 열쇠를 줘 손쉽게 방안까지 들어오게 만든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살해한 남편 시신과 4년여 동거한 아내의 관계도. (E 채널 갈무리) ⓒ 뉴스1
살해한 남편 시신과 4년여 동거한 아내의 관계도. (E 채널 갈무리) ⓒ 뉴스1

◇ 폭력적인 남편, 온라인 채팅에서 위안을…그러다 만난 내연남의 달콤함

김 씨는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고 가난에 쪼들렸다.

이런 김 씨에게 온라인 채팅은 유일한 피난처였다. 대화 상대방은 모두 다정했고 남편에게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달콤한 말'까지 김 씨를 위해 망설임 없이 해 주곤 했다.

그중 한명이 정 씨.

김 씨는 온라인 채팅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 씨를 오프라인에서 만나 부적절한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집을 자주 비우는 등 평소와 달라진 아내를 본 남편은 '내가 모를 줄 아느냐'라며 폭력을 행사했다.

견디다 못한 김 씨는 내연남에게 "너무 분하다. 이렇게 맞고는 못 살겠다"며 "남편을 죽인 뒤 우리끼리 살자"고 정 씨에게 남편 살해를 부탁하면서 집 열쇠를 건넸다.

◇ 남편 시신 방부처리, 김장용 비닐 이불 등으로 10겹 감싸

남편이 숨지자 김 씨는 내연남과 함께 우선 남편 시신을 이불로 싼 뒤 장롱 속에 감췄다.

아이들이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가자 김 씨와 정 씨는 시신에 방부제를 뿌려 김장용 비닐 속에 집어넣고 진공 처리했다.

미리 준비한 종이상자 밑에 전기장판을 깔아 상자를 옮길 때 뜯어지는 일이 없도록 한 뒤 빈틈을 이불 등으로 메우고 공업용 테이프로 수십번 박스를 감쌌다.

 

경찰이 부검을 위해 시신을 옮기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경찰이 부검을 위해 시신을 옮기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 불안 떨치려 내연남 고향 청주로…남편 시신은 다락방에 둔 채 4년 동거

아내 김 씨는 제기동에 머물 경우 범행이 들통날까 겁을 내 남편 시신이 담긴 종이박스를 이삿짐용 운반박스에 넣고 내연남 정 씨의 고향인 청주로 아이들과 함께 내려갔다.

정 씨의 단칸방에 도착한 김 씨는 남편 시신이 든 종이 상자를 다락방에 잡동사니와 함께 올려놓고 새살림을 시작했다.

◇ 아빠 어디 갔어? 우릴 버리고 집 나갔어…남편 장애연금은 매월 타 먹어

김 씨는 아이들이 아빠 행방을 묻자 "우리를 버리고 집 나갔다, 이제는 아저씨를 아빠처럼 따라야 한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했다.

이와 함께 남편의 장애연금(월 17만 7100원)과 다자녀 정부 보조금 등 매달 116만 원가량을 꼬박꼬박 챙겼다.

◇ 내연남, 술김에 동네 후배에게 "다락방 시신 같이 옮기자"…완전 범죄 깨져

그렇게 불안한 동거를 4년여 이어가던 이들은 정 씨의 아차 실수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2013년 2월 14일 내연남 정 씨는 동네 후배 A 씨와 함께 한 술자리에서 술이 얼큰하게 오르자 "사실은…" 이라며 "시신을 옮기는 것을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고민에 빠진 A 씨는 2월 19일 밤 경찰에 "4년 전 서울에서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집에 보관 중인 사람이 있다"고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정 씨가 2000년 강도살인 미수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고 2008년 가석방 상태임을 확인,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정 씨의 다세대 주택으로 가 다락방을 열어젖혔다.

아내 김 씨는 '남편의 폭력을 견딜 수 없어 내연남을 시켜 살해토록 했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TV 조선 갈무리) ⓒ 뉴스1
아내 김 씨는 '남편의 폭력을 견딜 수 없어 내연남을 시켜 살해토록 했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TV 조선 갈무리) ⓒ 뉴스1

◇ 미라 상태가 된 남편 시신…불륜 남녀로부터 자백받아

경찰은 다락방에서 김장용 비닐에 겹겹이 싸여 미라 상태가 된 남편 박 씨의 시신을 확인했다.

김장용 비닐 안에는 습기 제거제도 여럿 들어 있었다.

백골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목, 어깨, 등 뒤에 흉기로 찔린 상처가 발견됐다.

정 씨는 자신이 범행했음을 순순히 인정했고 김 씨도 "폭력 남편이 너무 싫어 내가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고 털어놓았다.

1심에서 징역 20년 형을 받았던 정 씨 역시 항소했으나 2심은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가석방 상태에서 범행한 점에 대해 책임을 엄중히 물을 수밖에 없다"며 2년을 추가한 징역 22년 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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